동국대가 종립대학의 위상을 흔드는 <월간 조선>(11월호)의 기사를 큰 자랑인 양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월간 조선>은 연재코너 '성공집단 연구'에서 동국대는 추켜세우고 불교는 벗어야 할 구태쯤으로 여기는 글을 실었고, 동국대는 이를 교계 언론을 비롯한 관련 단체와 인사들에게 알렸다.
'동국대학교의 급부상'이라는 제목만 보면, 동국대는 종립대학으로서의 제 구실을 톡톡히 해내고 있고, 교계는 이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도 있을 법하다. 그러나 기사의 내용을 보면, 시작부터 조계종립대학으로서의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부정한다. 과거의 동국대는 "승복 입은 대학이란 인상이 너무 강해 대학발전에 장애요인이 될 정도였다", "전근대적이고 고루한 승복의 이미지를 상당부분 털어 냈지만 …", "승복과 목탁, 사찰, 참배 등 종교적 색채와 근대적인 요소를 불식(不息)시키고 …" 등으로 묘사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기사 초고의 일부분을 동국대에서 검토했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 7월부터 동국대는 <월간 조선>과 접촉하며 동국대를 다룰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왔을 뿐 아니라, 11월호 발간과 동시에 2천여 부를 구매, 3일 동안 각계에 발송했다.
이처럼 동국대가 깊게 관여한 기사에서 어떻게 불교를 비하하는 내용이 게재될 수 있을까? 이것은 신입생 입학 평균 점수나 우수 대학 순위 등과 같은 계량적인 판단에만 매달리는 태도에서 비롯됐다. 그렇다보니 첨단 과학과 의학부문의 성과를 강조해야 했고, 당연히 불교와 같은 인문학은 철저히 무시해야만 했을 것이다. 즉, '발전하고 있다'는 현상에만 도취해, 종립대학이라는 자신의 본래 모습을 잊어버린 것이다.
요즘 대학 안팎에서 동국대의 정체성에 대해 비판적 여론이 끊이질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종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