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1일 동국대학교 덕암세미나실에서 조계종 종립학교 관리위원회 주최로 동국학원의 위상과 발전 방안을 위한 세미나가 열렸다. 열띤 토론이 전개되었으나 서로의 주장을 관철시키려 애를 썼을 뿐 의견의 차이를 좁히지는 못했다. 그나마 몇 가지 문제가 공론화된 것은 동국학원 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단초를 찾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큰 자리였다.
첫째, 종립학교관리위의 법인관리 문제로 제기된 쌍방간의 견제와 불신이 큰 문제로 제기되었다. 관리위측은 학원설립자임을 내세워 점검·감사·감독해야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했고, 재단·대학측은 설립만 했지 지원이 전무하다시피 하며(재단 전입금이 전체 예산의 2.75%에 불과한 상태), 재정이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대학을 이 정도로 발전시키고 있는데 무슨 간섭이냐는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쌍방 모두 일리 있는 주장이었다. 기본교육과정의 종비생들을 돈 안들이고 위탁교육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서라도 종단과 재단간의 긴밀한 협조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둘째, 일산 불교병원 건립 문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인데다, 많은 불자들이 병원 건립에 십시일반 동참하고 있고, 다른 종교가 병원복지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점에 주목하여 조속한 회향의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학원측에서도 건립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경영 마인드를 갖추고, 그간 병원 경영의 실적을 공개하여 경영부실을 걱정하는 종단과 불자들의 의문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셋째, 동국대학교 교수의 업적이 중앙일보 평가를 보더라도 20위 밖으로 처져있고, 불교관련 학문 성과가 다른 대학에 비해 저조하다는 걱정에 대해 재단·대학당국자와 교수들은 각성해야 할 것이다. 불교학의 산실이 되어야 할 동국대학교가 자기 구실을 할 수 없다면 종립대학으로서의 면모는 실추되고 교계의 따가운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동안 잠복돼 있던 양측간의 불화가 갑자기 현 시점에서 대두된 것은 잘못보면 불협화음인 것도 같으나 먼 미래를 내다본 발전을 위한 진통이라는 차원에서 반가운 일이기도 하다. 쌍방 모두 대승적 입장에서 자기의 점검의 계기로 삼고 조계종립대학으로서의 면모를 일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