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는 부처님 재세시부터 5백년 혹은 1천년까지를 깨달음을 얻는 사람이 많다고 하여 정법(正法)시기라 하고, 이후 1천년을 수행하는 사람은 많으나 증과(證果)에 이르는 이는 드물다 하여 상법(像法)시기라 한다. 그런데 문제는 말법(末法)시기다. 사람들이 참을성이 없어지고 도를 구하는 이도 드물어 불법이 쇠퇴하며 교만과 시비가 넘치게 된다고 하니, 오늘날의 오탁악세를
가리키는 것이 분명한 듯 하다.
얼마 전 기자는 독자로부터 충격적인 제보를 받고 과연 '말법시대'임을 절감했다.
동두천시에 소재한 모 사찰에서 자칭 승려로부터 성폭행을 당해 검찰에 고소했다는 한 보살은 이 사찰의 승려 3명이 보살 수십여명을 상대로 (심지어 법당에서) 강간하고 돈을 뜯거나 사기행각을 벌이다 최근 피해자들이 검찰에 사실을 폭로, 수사에 착수하자 달아났다고 전해왔다.
이들은 유명 사찰의 스님들과 친분이 있는 것처럼 말하며 금방 하산한 수행승인 것처럼 위장, 여성 신도들을 유인해 강간하고 이를 협박수단으로 삼아 돈을 갈취해 왔다고 한다. 심지어 처와 자식까지 두고 갈취한 돈으로 아들을 해외유학까지 시켰다는 제보다. 이들의 승적은 종단협에 가입되지 않은 모 군소종단에 소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 나눔의집 원장 혜진스님 관련 기사를 보고 전화했다는 이 제보자는 불교언론이 이를 보도해 또다른 여성 신도들의 피해를 막아달라고 간절히 호소했다.
물론 이들 가짜 승려들이 유력 종단의 스님들은 아니지만, 이런 악랄한 비행을 저지르는 사이비 승려들의 숫자가 생각보다 훨씬 많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신문과 방송에 하루가 멀다하고 보도되는 사이비 승려들의 비행. 해마다 수천여명의 납자들이 안거에 들어 정진하고 있는 청정 승가의 이미지를 생각할 때,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최근 종단협이 군소종단의 비행 승려들을 감찰하는 연합감찰위원회의 설립을 모색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그리 높지 않은 듯 하다. 따라서 참 수행자를 구별할 수 있는 보살들의 혜안을 갖추는 것이 절실하다.
아울러 옛 스님들이 말법시대의 수행법으로는 참회와 염불이 더 적합하다고 한 것처럼, 불자 모두가 참회와 포살로 더 이상의 마구니가 발붙일 수 없는 정토를 발원했으면 한다.
김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