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는 인간 양심의 최후 보루이어야 한다. 또한 미래의 가능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희망의 근원이어야 한다. 그러하기에 종교는 어떤 다른 영역보다도 맑고 깨끗해야 하며, 또 미래에 대한 밝은 전망을 지니고 이 사회를 이끄는 기능을 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기는커녕, 오히려 가장 먼저 바로잡아져야 할 것이 바로 종교계라는 지적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지난 4월 26일 '종교 NGO 네트워크' 준비위원회 주최로 열린 '한국의 종교권력과 시민사회'를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기성 종교는 구조 조정 1순위'라는 말까지 나오면서 한국 종교계의 자정 노력을 촉구한 것은 바로 이러한 현실에 대한 아픈 지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세미나에서 지적된 기성 종교의 많은 문제들은 기성 종교가 과연 존재해야 할 당위성이 있는가를 되묻게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지적이 어제 오늘의 것이 아니면서도 여전히 우리의 종교계가 복지부동의 자세로 일관해 오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 다른 점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비판이 산발적인 개인적 차원을 넘어 운동의 형태로 조직화되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기성 종교가 스스로의 내부적 모순과 타락으로 몰락하지 않으려면 정말 진지한 자세로 이러한 아픈 소리를 받아들여 정화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재가자들도 방관자가 아닌 종교의 진정한 주체로서 자정 노력에 동참해야 할 시점이다.
종교계의 정화란 것은 현실의 괴로움을 양산하는 근원에 대한 통찰을 토대로, 새로운 미래상에 대한 제시를 통하여 사회를 올바로 이끄는 전향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한 올바른 이상에 대한 열정이야말로 종교를 맑히는 근원적인 힘이다. 이러한 근원적 힘을 찾지 못한 채 현실의 말단적인 문제에 매달리는 양상, 아니 한걸음 더 나아가 그러한 문제들로 고통받고 있는 대중들을 상대로 하는 기업적 모습을 보이는데 근본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바로 보아야 한다. 정화를 이룰 올바른 추진력을 얻는 것, 그리고 그 올바른 방향과 이상으로 항상 세상을 맑히는 청청한 물의 역할을 되찾아가는 노력 속에서 종교계 정화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