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의 일꾼들인 사찰 종무원 및 불교단체 종사자들의 근무여건은 어떨까. 열악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일이지만 아직 정확한 통계는 나와 있지 않다.
그러나 대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이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대개 일반 기업 급여의 60∼70%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볼 때 겨우 먹고 살 정도이며, 자녀 교육비 등 지출이 많아질수록 생활고는 더욱 커진다고 한다. 그래서 '불교 일' 하려면 맞벌이는 기본, 신심으로 버틴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불교바로세우기 재가연대가 지난 10월 한달간 조계종 24개 교구본사 및 서울지역 주요사찰, 주요 불교단체 등 34곳을 대상으로 종무원 및 불교단체 종사자들의 4대 사회보험(국민연금, 고용보험, 건강보험(직장 가입), 산재보험) 가입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런 항간의 추측을 사실로 입증하기에 충분하다.
조계사 능인선원 봉은사 등 주요 사찰과 생명나눔실천회 우리는선우 실천승가회 재가연대 등 일부 단체를 제외하고는 거의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열악한 근무여건에 놓여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교구본사의 경우 종무원들이 보험가입을 요청해도 스님들의 인식부족으로 하지 않고 있거나,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종무원들도 적지 않았다. 불교단체도 사정은 비슷해서 상근직원 수의 미달과 재정 부족으로 보험가입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갑자기 일자리를 잃거나 사고나 병이 생겼을 때는 거의 무방비 상태에서 생계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종사자들에게 일터의 안정성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도 종단차원의 행정지도가 필요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아울러 고정 급여가 없이 사찰 주지스님의 재량에 따라 들죽날죽한 급여를 받고 있는 중소 사찰 종무원들의 급여체계도 중앙종무기관에서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계종이 내년도 중심사업으로 '본말사 행정체계화'를 계획하고 있는 만큼 본·말사 종무원의 신분보장과 급여체계 등을 규정한 종무원 복무규정을 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옛날처럼 신심만으로 봉사를 강요하기에는 사회가 너무 복잡해졌고 일이 많아졌다. 불교계도 이젠 재가 종사자들의 복지를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김재경 <취재1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