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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어> 개와 성보문화재
고 꼬리를 흔들어대는 품이 먹이를 먹기도 전에 그 먹이가 지닌 영양가를 모두 소진시키고도 남을 지경이다. 게다가 밤잠을 자지 않고 집을 지키는 충성심은 강아지를 사뭇 믿음직스럽게까지 한다.

요즘 사찰에서도 개를 키우는 곳이 많아졌다. 예전에는 사찰에서 개를 키우는 것을 금기시해 왔었다. 동물들의 소리나 냄새가 사찰의 조즈넉한 분위기와도 걸맞지 않을 뿐더러 동물을 키우다 죽게 되면 결국 살생을 방조한 것과 같은 셈이 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태국의 사찰에서는 서성거리는 개들이 자주 눈에 띈다. 절에서 키우는 개들이 아니라 주인 없고 갈 곳 없는 개들이 먹이를 주는 절로 모이는 것이다. 달리 생각해보면 개들도 불쌍한 중생이다. 절에서 굳이 보살피기를 거부할 일이 아닌 듯하다.

얼마 전 호남의 한 사찰에서 성보문화재를 도난당했다. 다행스럽게도 범인을 잡아 성보문화재는 회수케 되었으나, 그 절의 주지스님은 적잖이 놀랐다. 키우던 개를 잃고만 것이 못내 가슴아팠다. 범인이 범행 며칠 전 절에서 키우던 개를 약을 놓아 죽였던 것이다. 절에 있는 많은 성보문화재가 돈이 된다는 사실이 성보문화재 도난범들의 범행을 끊임없이 유혹하고 있다. 예전에 스님들이 산의 나무를 지켜왔던 것처럼 지금은 성보문화재를 지키는 일이 보통 큰 일이 아니다.

사찰에 있던 수많은 성보문화재들이 제자리에 있지 않고 골동품점에, 부잣집이나 대학의 정원에, 호텔의 로비에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까움을 이길 수 없다. 성보문화재를 사차품으로 만들고, 남의 나라에 넘겨주고, 돈으로만 계산하는 우리가 정녕 문화민족이란 말인가.

이제 개라도 사찰에서 성보문화재 지킴이가 되어 주니 더없이 고마을 따름이다.

도수(정업도량 회주, 본지 논설위원)
2000-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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