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군종실이 펴낸 군장병 선도책자 <사고예방을 위한 선도 및 상담백과>가 기독교 편향 내용으로 기술돼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8월 15일 군종장교의 상담업무 보조자료로 편찬된 이 책은 '신앙공동체', '하나님', '영적 성장', '신안에서' 등의 기독교 용어를 사용하며 성경읽기를 권장하는 선도지침을 제시하는 등 기독교를 교묘하게 선전하고 있다. 교계는 이에 대해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이 책의 편집위원 10명 전원이 군목사이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군종장교들에게 편집위원 선발 공문을 하달했고 상담학 관련 석사 이상의 학력을 가진 군중장교를 우선 선발하다보니 군법사나 군신부는 해당자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군종장교의 주요업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상담활동이다. 특히 장기복무를 한 군법사들은 상담에 대한 많은 경험을 가진 성직자라는 점에서 굳이 석사학위 여부를 따질 이유가 없다. 경험 많은 3개 종교 군종장교들이 실무를 맡고 대학교수나 종교학자들에게 자문을 구했어도 충분한 일이었다.
책자에 대한 물의가 빚어지자 국방부는 종교편향적인 내용들을 인정하고 군법사들을 편집위원으로 위촉해 내용을 전면 수정하겠다고 한발짝 물러섰다. 그러나 더 실망스러운 것은 군법사들이 이같은 종교편향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군의 불교정책을 대변하는 국방부 군종실의 한 법사는 편집위원이 전면 군목사로 선임된 문제는 물론 이 책자를 감수하는 과정에서조차 아무런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았다. 특히 모 법사는 "종교편향이 아니니 문제를 확대시키지 말라"는 요구까지 했다. 국방부 군종실의 편향적인 시각도 문제지만 군법사들의 상황인식이 이 정도라면 불교계에서 '종교편향'을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거대한 둑도 작은 구멍이 원인이 돼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 수 있다. 군포교를 저해하는 주요인이 종교편향이 아닌 '스스로의 태만'임을 깨닫는 것이 우선이다. 나머지는 그 다음 문제다.
김두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