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차례 실시한 장묘제도에 관한 조사를 보면, 우리 국민의 화장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울시가 지난 6월 서울시립화장장을 이용했던 가족과 친인척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57.7%의 시민들이 화장에 찬성한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94년의 46.3%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실제 화장을 한 비율도 95년 28.6%에 머물렀으나 99년 43%로 껑충 뛰었다. 올해는 절반을 넘어선 54.3%를 기록하고 있다.
수도권지역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8월 경기도의 의뢰를 받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장묘에 대한 수도권 주민의식 조사' 결과 화장 찬성률은 59.1%, 납골당 또는 납골묘 선호도는 33.4%였다.
화장과 납골당(묘) 안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원인은 여러 시민단체의 지속적인 캠페인과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크게 작용했다. 이것보다 더 큰 원인은 매장을 원해도 묻힐 곳이 없기 때문이다. 묘지 수는 2000만기로 서울시 면적의 1.6배, 우리나라 전체 공장 면적의 3배나 된다. 묘지 1기당 평균 면적은 19평, 1인당 주거공간이 4평인데, 죽은 사람이 산 사람보다 5배나 넓은 면적을 점유하고 있는 꼴이다.
그렇다면, 화장과 납골당(묘)이 죽은 사람이 국토를 잠식하는 현상을 막는 현실적인 대안이다. 화장률이 높아지는 만큼 납골당(묘)의 수요도 급속히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최근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장사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보면, 정부의 정책이 방향을 거꾸로 잡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아함을 떨칠 수 없다. 시행령 가운데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 종교단체가 납골 시설을 건설할 경우 1개 시설 이상 지어서는 안되고, 면적은 30평 이하여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현실성을 결여한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30평이면 120구밖에 수용할 수 없다. 적은 사찰이라도 1천 가구 정도의 신도들이 있는데, 신도들을 위해 납골당(묘)을 설치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사찰의 경우, 시행령대로 한다면 포기해야 한다. 그렇다고 대규모로 영리를 목적으로 납골 시설을 설치하기도 쉽지 않다.
보건복지부는 전문가와 사찰 관계자의 의견을 수용해 면적 제한 조항 등을 없애고, 사찰의 형편에 따라 납골 시설을 짓고 운영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