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화해의 기운이 그 어느 때보다 넘치는 광복의 날을 맞아 마침내 남북의 이산가족 1백명이 서울-평양 직항로를 이용, 교환방문해 헤어진지 50년만에 꿈에나 그리던 혈육들과 감격의 해후를 했다. 백발이 성성한 어머니와 아버지, 7순이 넘은 아들과 딸, 형제와 친척들은 서로를 확인하는 순간 "오마니!..." "여보!..." "오빠!..."를 부르며 얼싸안고 딩굴며 오열했다. 단장의 아픔을 가슴속에 삭이며 보내온 한(恨)의 반세기를 단숨에 뛰어넘는 순간이기도 했다. 누구랄 것도 없이 눈감기 전에 한번 만나보았으면 하며 얼마나 고대했던 재회였던가. 눈결겹고 가슴아픈 사연들을 주고받는 절절한 모습들은 그야말로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장면의 연속이었다. 이날 이들이 남과 북에서 나눈 한맺힌 눈물은 7천만 온 겨레의 가슴을 울리고 3천리 강산을 감동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뜨거운 혈육의 정 앞에는 멀쩡한 가족을 타율적으로 갈라놓은 이데올로기와 제도의 장벽이 아무런 의미도, 가치도 없음을 그대로 보여준 한편의 민족 드라마였다.
새천년 첫 광복의 의미를 한층 빛내게 한 이번 상봉은 `6.15남북공동선언'의 첫 가시적 조치로, 진정한 민족화해를 향해 내디딘 거보임에 틀림없다. 북측 도착성명대로 민족의 단합과 통일을 위한 훌륭한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세계도 남북한이 불신과 반목의 과거를 청산하는 또하나의 상징적 사건이라고 높이 평가하고 있다. 흔한 말로 기쁨은 나누면 배로 커지고 슬픔은 나누면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하듯이 이번 상봉은 7천만 겨레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는 의미있는 출발이다. 이산가족들이 3박4일간 서울과 평양에 각각 머물며 모두 6차례의 만남을 갖는 동안 재회의 기쁨을 맘껏 누리고 아무 탈없이 오가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이번 상봉사업을 보고 이산가족 문제가 얼마나 절박한 과제인지를 다시한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혈육상봉을 코 앞에 두고 비원을 풀지 못한채 유명을 달리한 여러 사례들은 이 문제의 절박성을 웅변해주고 있다. 현재 남한 거주 이산가족은 1세대만 123만명이고 2,3세대를 포함하면 767만명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이번 처럼 1백명씩의 교환은 이산가족 전체 규모에 비해 너무 적다. 엄청난 행운을 잡지 않고서는 상봉의 감격을 누리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모든 이산가족들의 한과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제도적 틀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다행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남한 언론사 사장단과의 만남에서 9월과 10월에도 한차례씩 교환방문을 하고 내년에는 고향집까지 방문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문제에 대한 김 위원장의 전향적 인식변화를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걸게 한다. 특히 교환방문을 대규모로 하기에는 북측 내부사정 등 현실적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이산가족들이 골고루 재회의 혜택을 누리도록 생사 확인과 함께 면회소 설치를 서둘러야 한다.
분단으로 인한 이산가족의 비극을 하루빨리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당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혈육의 만남은 거스를수 없는 천륜이기 때문이다. 한두번의 전시성 행사로는 이산의 한을 더할 뿐이며 지속적 정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남북양측은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한 `탈정치적'인 접근태도를 보여야 한다. 서로 상이한 입장을 헤아려 재회의 폭을 넓히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남북양측에 촉구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