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5일 오후 태고종 총무원 회의실에서 열린 '태고종 전국 시도 교구 종무원장 및 각급 기관장 회의'는 취재간 기자들을 매우 실망시켰다. 종연스님이 총무원장으로 선출되고 처음으로 열린, 태고종을 이끌어가는 지도자스님들의 월례회의임에도 12명(2명은 새로 임명된 부장)만이 나왔기 때문이다. 새 총무원장과 시급한 여러 종무 사항을 논의하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총 26명중 절반도 안되는 인원만 참석한 것을 보니 태고종이 왜 장기적인 침체에 빠져있었는가 그 원인을 알 것 같았다. 회의때마다 이 정도 수의 사람들이 참석한다고 한다. 이렇게 협조가 안되고 관심이 없으니 종무가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까.
무언가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속에 새 총무원장이 선출됐다. 태고종이 새로 선출된 총무원장을 앞장세우고 정말로 변화의 길을 걸어갈 것인지, 아니면 여전한 무관심과 방임으로 그대로 답보에 머물고 말지는 전적으로 태고종도들의 손에 달렸다.
그런데 미처 취임식도 하기전에 태고종의 수(首)사찰 3사중 하나인 봉원사 주지 이름으로 '이번에 선출된 총무원장이 자격이 없다'는 주장의 청원서가 나왔다. '총무원장 흔들기'가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사고 있다. 태고종이 '개혁'은 커녕 도리어 '내홍'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자격이나 절차상의 이의는 선거를 하기전 종회에서 충분히 논의될 수 있는 사항이었다. 종연스님의 공약의 실현 여부는 앞으로 어떻게 하는 지를 지켜보고 그때 가서 비판해도 충분할 것이다. 만에 하나 세속법으로 간다든지 하는 불상사가 일어날 경우 태고종의 정통종단으로서의 자부심과 위상은 곤두박질치고 제2종단으로서의 위상회복은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안정된 지지와 화합이 밑받침되지 못하면 아무리 유능한 지도자라도 능력이나 구상을 제대로 펼칠 수가 없는 법이다. 교계는 지금 태고종의 선택을 주시하고 있다. 승풍진작, 교육불사, 복지, 포교 등 대승불교 교화종단임을 자부하는 태고종이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 힘을 합치고 축적해도 모자랄 지경인데 소모적인 분쟁으로 그나마 있는 힘마저 낭비한다는 것이 될 말인가.
이경숙 <취재 1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