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스님들이 상습적으로 도박을 해 구속된 일이 2년 전인 98년 8월이었다. 당시 조계종의 상황은 월주 총무원장의 총무원장선거 출마가 3선이냐 아니냐를 놓고 다툼을 벌이는 등 어수선했다. 더구나 당시는 우리 경제가 IMF관리체제에 편입되어 구조조정이 진행중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실직자로 전락해 생존의 문제로 탄식하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 스님들이 억대 도박판을 벌였으니, 스님들과 불교를 욕하는 사람들에게 불자들은 입이 있어도 대꾸할 말이 없었다.
그 해 여름에 승려도박 사건이 터진 데 이어 가을과 겨울 조계종은 총무원 청사를 두고 투석과 할복, 방화의 폭력 장면을 만천하에 보여줬다. 아직도 그 때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는데, 이제는 사찰의 주지소임을 맡은 스님이 대마초를 피워 구속됐다.
백담사 주지 득우스님이 대마초 흡연 협의로 구속된 12월 13일 불교정보센터는 속보 하나를 띄웠다. 최근 일부 승려들의 도덕적 해이 문제에 대해 교단수호 차원에서 단호하게 대처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 불교바로세우기 재가연대에서 특별기자회견을 연다는 내용이었다.
재가연대는 지난 10월 20일 조계종 기획실장에 성혜스님이 임명되자 도박사건 연루자를 종단의 주요요직에 임명하는 것을 재고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한 적이 있다. 당시 총무원과 당사자인 성혜스님은 재가연대의 성명에 대해 일체의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대마초 사건에 대해서도 말이 없다.
백담사 주지 득우스님이 대마초 흡연 혐의로 구속됐다는 기사와 함께 동아닷컴은 잇따른 불미스런 사건으로 종교계의 신뢰가 상실되었다고 꼬집었다. "종교는 마음을 씻는 거울이 돼야 한다. 사기에다 원조교제까지 하는 목사님에 이어 대마초를 피우는 스님까지 나오는 마당이니, 종교계의 신뢰가 땅에 떨어지는 것을 막을 길이 없어 보인다."
"아니다. 아니다"고 대답하는 스님들과 불자들이 나와야 한다.
취재1부 정성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