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는 후손들의 것이다. 현재의 우리는 이를 관리, 보존하는 의무를 지고 있다. 문화재를 통해 우리 시대는 학술, 미학적 관점에서 선인들의 예지를 배우는 일을 맡고 있다. 우리의 후손들은 또 그들의 안목에서 문화재를 연구 감상하며 삶의 지평을 넓혀나갈 것이다. 문화재는 지나온 시간과 공간 속의 삶의 숨결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역사를 함축하고 있는 유·무형의 텍스트이다.
언제부터인지 문화재가 돈으로 둔갑했다. 그것도 고액으로 은밀히 거래되고 있다. 문화재 도난범들의 조직이 마약 조직 이상으로 조직화되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최근 들어서는 문화재로 지정되지만 않았을 뿐이지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 이상의 가치를 지닌 성보들이 도난범들의 집중적인 표적이 되고 있다. 신앙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여기는 불상의 복장물까지 털이의 대상이 된다니 어이가 없을 뿐이다.
지난 5월 16일 조계종 총무원은 '불교문화재 보존 및 도난 방지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잇따르는 불교문화재 도난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종합 대책에는 △종단 내 문화재 관련 교육 강화와 예산 우선 배정 △종단과 정부당국이 사찰 소장 문화재 실태 공동 조사 △문화재보호법 등 관련 국가법령의 개정 △사찰 박물관의 활성화 △도난 방지 시설 설치 △문화재청 단속반의 강화와 검·경의 문화재전담반 설치 등 6가지를 담았다. 이와는 별도로 조계종은 문화재를 도난 당한 주지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밝히고, 사찰마다 방범 시설의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관련 법령을 제정했다.
종합 대책에는 문화재 교육 강화와 예산의 우선 배정 등 조계종의 자구 노력을 담은 부분도 있으나, 대부분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을 주문하고 있다. 이번 대책의 골자는 실태 조사와 법망 미비의 강화이다. 특히 실태 조사의 실시는 문화재 정책의 기본 자료인 만큼 시급하다. 문화재 도난범들은 훔친 후 공소시효가 지나면 판매에 나선다. 허술한 법망을 이용하는 것이다. 또 조직화 지능화 전문화되고 있다. 도난 문화재 회수율이 5% 미만이라니, 이는 완전범죄에 가깝다. 검·경의 전담반 설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