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신부가 민주당 정책위 의장을 할 때였다. 당시 공동대표였던 장영신씨와 함께 시내의 한 음식점으로 종교계지도자를 초청해 좋은 정치 구현을 위해 지도력을 발휘해 달라며 한마디씩의 충고를 요청했다. 각 종교계에서 온 분들이 점잖게 한마디씩 한 후에 내 차례가 돌아왔다. 다음 이야기는 그때 내가 한 말이다.
"옛날 어떤 사람이 절실하게 원하는 것이 있어서 깊은 산 속 바위 밑에서 정화수를 떠놓고 천지신명께 기도를 드렸는데, 그 감응이 와서 소원을 성취했다. 그 사람은 너무나 기쁘고 고마워 늘 바위 밑에서 천지신명께 감사를 드렸고 그 결과 특별한 능력(?)까지 얻게 되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앞날에 대한 예언도 해주면서 큰돈을 벌게 되자 슬그머니 건방진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나의 지극한 노력과 뛰어난 머리로 사람들의 미래를 예언해 맞춘 것인데 보이지도 않는 그 누구에게 고마워하고 보답을 한단 말인가? 이제는 그냥 집에서 내 하고 싶은대로 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한 그는 산을 찾는 일이 없어졌고, 그에 따라 그의 예언능력도 점점 사라져 실패를 맛본 사람들의 손에 맞아 죽었다.
우리 사회의 최고의 정신적 지도자인 종교인들을 불러준 것은 고맙지만 이번 한번에 그칠 일이 아니고 앞으로도 계속, 가능하면 주기적으로 이런 기회를 가져야 그 사람같은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을 것이다."
어찌 보면 정권출범 초기에 좀 심하다 싶었지만 늘상 오는 기회도 아니고 해서 쓴 소리를 했는데, 그 후에 다른 뛰어난 종교지도자들을 모셨는지는 모르지만 나에게는 연락이 없었다.
국민의 정부가 각종 개혁프로그램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민심이 흉흉하다. 개선책으로 민주당의 대표 등 진용을 바꾸고 정면돌파할 모양이다. 하지만 보다 더 중요하고도 근본적인 처방은 사회전반에 걸쳐 권력, 재물에 관해 정의를 실현하는 일이다. 정부, 여당 지도자의 도덕성 회복을 통한 정의 구현이 급선무다. 어느 국왕의 질문에 부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백성들의 겉모양만 다스릴 것이 아니라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법현(종단협의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