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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어> 바로 봐야 바른 생각
아전인수란 말이 있다. 어떤 현상을 지각할 때 사람들은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받아들이는 속성을 두고 이른 말이다. '제 눈의 안경'이듯 자기가 낀 안경을 바탕으로 현실을 본다면 그것은 실재의 사실이 아닐 것이다. 사람들이 아전인수격으로 사물을 지각하는 이유는 있는 그대로 본다면 자존감에 손상을 손상을 입거나 견디기 어려운 부분이 필경 있어서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한달 이래 세상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 생사를 모르던 이산가족이 남북에서 생사여부가 확인되고, 지금까지 편향적으로 인식되었던 북쪽 지도자들의 인상도 뒤바뀌어지는 혼돈속에서 한달을 넘기다보니 우리가 지금 처해있는 실제상황이 과연 무엇인가 하고 가다듬어 보게 된다. 남북이 대치하여 싸운 지 50년의 세월동안 이념과 거리가 멀었던 많은 사람들의 희생도 있었고 이념적인 다툼으로 생사를 달리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 모든 사실들을 묻고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자면 그만큼 우리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할 부분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흔히 우리들은 언어가 같고 습관이 같고 한민족이니까 아무런 거리낌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 이또한 아전인수식의 지각이 아닐까 싶다. 너무 정서적으로 함입할 것이 아니라 좀더 이성적인 자세로 현실을 담담하게 지각할 필요가 있다. 한 핏줄 한습관을 지닌 우리들이라고 하더라도 50년 넘게 이질적인 환경과 이념 속에서 적개심을 갖고 살아온 서로의 이질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것은 단순히 핏줄이 같고 하는 식의 감정에만 호소할 일이 아니다.

남북교류가 모처럼 물꼬를 텃지만 마음 한구석에 무엇인지 모르게 부담을 느끼게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위정자들의 서두르는 행동양태가 혹시 비이성적 기준을 갖고 진행하는 중구남방은 아닐런지 하는 기우 때문일 것이다. 감격스런 변화라는데 이의를 갖는 것이 아니라 이 현실적 사실을 아전인수 식의 속성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 바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상황을 바로 보는 정견(正見)이 있어야 바로 인식할 수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근후(이화의대 교수 본지논설위원)
2000-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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