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육의 파탄은 주로 수학 교육 때문이다. 유별나게 계통성, 단계성을 중시하는 수학은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을 대량 배출한다. 특히 입시 위주의 교육은 수학의 본질을 왜곡한다.
2000년 9월 미국 교육부는 "다음 30년을 위한 수학과 과학 발전 체계를 말한다."는 목적으로 작성한 'Before it's too late'(너무 늦기 전에)를 발표한 바 있다. 60년대 초 미국이 소련과의 우주경쟁에서 소련에 패배했을 때 수학교육에 대해 대대적인 재검토를 한 바 있다. 정보화의 진행은 수학의 의미를 되묻게 한 것이다. 수학은 이처럼 인류문명사상 비약적인 발전의 계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서구문명의 원천인 희랍문명의 기본이 수학에 있었다. 산업혁명을 뒷받침한 것은 뉴턴, 라이프니찌의 미적분학의 발명이며, 그것이 과학기술 혁명의 원동력이었다. 특히 정보화 혁명은 수학을 중심으로 하는 정보과학이다.
수학은 새로운 기술을 창출할 뿐만 아니라, 격변하는 사회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합리적 사고를 길러준다. 또한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국민의 지성이 높아져야 하는데 그것을 근본적으로 해결해 주는 것은 오직 수학교육의 강화와 일반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야 한다는 인식이다.
서구에는 전통적으로 이성을 중시하여 수학을 학문의 기초로 여겨왔고, 지식으로서의 수학보다는 창조성과 합리성 함양에 힘을 기울여 왔다. 한국은 예로부터 학문을 숭상해 왔으나 그 내용은 대부분 과거시험을 위한 암기 중심의 것이었다. 지금도 수학 교육은 명문대학 입학을 위한 수단이며 창조성과는 거리가 멀다. 문화, 철학, 건전한 시민사회의 형성 등과 관련해서는 생각하는 일조차도 무의미한 것으로 여기는 풍조가 있다. "수학은 입시에 앞서 국력이다"라는 인식은 것의 없는 것이다. 우리도 너무 늦기 전에 수학 교육의 재검토가 절실하다.
김용운(한양대 명예교수, 본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