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같다.
6.15선언이후 남북의 화해와 협력의 움직임이 확연해졌다. 그 첫 결실이 이번 남북 이산가족 방문단의 상호방문이었다.
이들의 해후는 이산가족들은 물론 온 겨레로 하여금 뜨거운 눈물을 훔치게 했다. 서울과 평양의 직항로를 통해 이뤄진 이번 방문은 비록 3박4일간의 짧은 해후로 그쳤지만 누구나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여기고 있다. 보다 많은 이산가족들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더 잦은 만남을 갖도록 남북당국은 더욱 마음을 열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 애절한 만남과 또 한번의 뼈아픈 이별은 민족의 비애를 웅변으로 보여주었다. 36년 망국의 세월. 그리고 55년 분단의 세월을 누가 우리에게 가져온 것인가. 1세기 가까운 우리 민족의 이 비운과 통한은 왜 찾아왔던가. 전범국 일본은 제쳐두고 왜 식민지지배를 받은 우리가 오히려 이렇게 갈라져야만 했던가.
외세들의 자국이익을 위한 야합과 이데올로기 대립의 산물 앞에서 우리는 너무나 무력하게 분열되었다. 분단조국은 결국 민족의 이름 아래에서도 하나가 되지 못했던 우리 겨레 모두의 업보였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우리는 왜 이런 아픔을 안고 살아가야 했던가를 다시금 되새기고 아울러 우리의 민족적 역량을 키우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너나없이 곰곰히 생각해 볼 일이다.
특히 이념의 문제는 정치적이든 종교적이든 간에 민족의 이름 앞에서는 우선할 수 없다는 교훈을 철저히 깨달아야 한다. 이번 만남에서도 우리를 어색하게 만들었던 것은 반세기의 이별보다는 오히려 이념적 장벽이었다.
남북이 모두 통일을 말했지만 북에서 온 방문단들은 한결같이 "위대한 장군님께 감사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남쪽에서 무슨 시상식 때면 "먼저 하나님께 감사드린다"는 말을 앞세우는 사람들을 쉽게 연상시켰다.
이번 보도에서도 일부 매스컴 종사자들은 공인으로서의 직분을 망각한 채 종교적 이념을 내세우려는 의지를 곳곳에서 연출시켰다.
이념의 굳은 벽을 어떻게 넘어갈 것인가의 문제는 앞으로 통일을 준비하는 우리의 민족적 화두가 될 것이다. 이념, 지역, 종교, 계급적 갈등과 분단을 슬기롭게 극복해내지 못하는 한 우리 민족의 통일은 또다른 분단의 씨앗을 안고 있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이번 해후의 눈물을 민족의 눈물로 읽어내고 이를 다시 민족적 각오로 재생산 해내야 한다. 거기에는 이념에 스스로 함몰되지 않고 민족적 웅비를 위해 다양성과 이질성을 조화시키고 협력해 나가는 지혜가 요구된다. 다시는 타민족의 지배나 분단의 역사를 재연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도수(정업도량 회주, 본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