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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어> TV와 도올
나는 텔리비전을 즐겨보는 편은 아니다. 얻을 것이 있는 프로그램이 적어서라기 보다는 화가 치미는 프로그램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간대에 개성도 없고 공익과도 거리가 먼 프로그램이 마구 시청자를 우롱하고 있는 것을 보면 시청하다 말고 벌떡 일어나 꺼버리기에 앞서 내던져버리고 싶을 때가 적지 않다. 수행이 덜된 중생심의 발로를 다스리지 못한 까닭일게다.

그래도 반드시 챙기는 프로그램이 몇 있다. 종합뉴스, 드라마 태조 왕건 그리고 도올의 논어강좌 등이다. 그러나 얼마 전 이 가운데 한 프로그램을 버렸다. 바로 도올의 시간이다.

TV에서 도올과 같은 학자의 시간을 장기기획으로 마련한다는 것은 실로 획기적인 착안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러한 성격의 프로그램이 이만한 성공을 거두리라고는 누구도 쉽게 짐작하지 못했을 터이다. 많은 이들이 반가워했던 이유는 도올, 그가 불타는 향학열로 두루 섭렵한 석학이며, 그것도 동양학을 전공한 학자인데다 더욱이 대학교수를 내던지고 다시 한의학을 공부할만큼 열려있고 박력있는 지식인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누가 뭐래도 그의 강의는 열강이고 해박하며 메시지를 담고 있어, 매주 그 시간을 기다리곤 했다. 대학생들과 방청객들의 과장된 환호도 연출자의 성의가 느껴져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주지하다시피 도올은 크리스천 집안 태생이다. 그럼에도 그는 종교의 벽을 과감히 뛰어넘어 제3의 해법을 제시하는 학자로 여겨져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간 주위에서 그를 폄하하려 해도 나 역시 그를 옹호하며 존경했고 TV속에서나마 열심히 배웠다.

그러나 어느 날 그 역시 크리스천들의 그 옹골찬 아집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 내면적 광신자임을 보게 되었다. 더욱이 추기경과 함께 자리해 공자를 스스럼없이 크리스천으로 만드는 데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올과 이별한 시청자가 아마도 이 때 엄청나게 많았으리라고 나는 본다. 나는 요즘에야 비로소 이경숙씨의 <노자를 웃긴 남자>와 서병후선생의 <도올에게 던지는 사자후>를 읽고는 도올의 면모를 더욱 깊게 읽게 되었다.

TV와 도올은 지금도 자신들의 위상과 인기를 뻐기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에게 등을 돌린 나 같은 시청자의 숫자도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을 명심 또 명심할 일이다.

도수(정업도량 회주, 본지 논설위원)
2001-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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