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8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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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탁소리> 선암사와 불교화해
이경숙 <취재1부 부장>

'가장 인상에 남는 절' 또는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적인 절의 모습이 많이 남아있는 사찰' 하면 많은 불자들이 '순천 선암사'를 주저없이 꼽는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전통사찰이 '전통'이라는 이름이 붙었음에도 대대적인 복원과 확장보수공사로 전통미를 잃어버린 곳이 많지만 선암사는 들어가는 입구의 승선교부터 시작해 소박한 당우들과 아름다운 자연이 잘 어울려 아련한 정취를 간직하고 있는 고향같은 푸근함을 주는 고찰이다.

그러나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게 된 것은 조계-태고 분규 때문이다'라는 아이러니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절이 또한 선암사다. 현재 법적인 주인은 조계종이고 실질적 소유자는 태고종이며, 재산관리인은 순천시장으로 되어 있는, 아주 '이상한' 절이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재산관리인이 순천시장이 된 것은 선암사 소유권 문제로 조계 태고종이 계속 싸움을 해왔기 때문이다. 때문에 연간 2억원 가량 되는 문화재관람료 수입은 전액이 고스란히 순천시로 들어가고 있다. 그렇기에 연달아 탱화를 도난당했을때도 세콤 하나 서둘러 달 수 없을 정도로 사찰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분규가 해결될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아왔다.

그런데 최근 선암사를 위해서나 한국불교를 위해서 좋은 전망이 보이고 있다. 지난 연말 태고종 새 총무원장 종연스님이 인사차 찾아간 자리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정대스님은 "선암사 주지를 (따로)발령 안하겠다"고 약속하고 "선암사의 소유권을 태고종에 완전히 넘겨 분규를 종식시키자는 것이 나의 생각"이라고 말해 교계의 주목을 끌었다.

사실, 선암사 정도는 태고종에 양보해야 한다는 소리가 조계종 일부 스님들간에 있어왔다. 수년전에도 조계종 젊은 승가단체인 실천불교승가회에서도 이러한 의견이 나왔다. 선암사는 태고종이 가져야 태고종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고 또 그렇게 돼야 조계 태고의 오랜 분규가 해결 실마리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견은 공공연히 논의되지 못했고 조태 분규사찰문제는 양쪽이 가끔 만나기는 하나 항상 평행선을 그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 두 총무원장의 만남에서 조계종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만큼 교계는 이를 계기로 두 종단이 그동안의 소모적인 분규관계를 하루빨리 청산하고 공동으로 한국불교 발전에 나서길 바라고 있다. 그러한 점에서 다음과 같은 정대스님의 말은 새겨 들어야 할 의미가 있다.

"이제는 스님들이 싸우면 모두 공멸하는 시대이기에 원래 같은 뿌리를 가진 두 종단이 화합해 한국불교를 발전시키자."
2001-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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