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의 남북불교교류와 통일사업을 전담하는 기구인 민족공동체추진본부가 창립 1주년을 맞았다. 지난 6월 8일 ‘불교의 평화정신과 남북화해’를 주제로 대토론회를 열어 창립 당시의 초발심을 상기하고 통일보살행의 서원을 다시금 다졌다.
우리는 지난해 이맘 때 이 난을 통해 민족공동체추진본부의 창립을 크게 반겼다. 민족구성원의 고통을 불교의 가르침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큰 원을 세운 것에 대한 기쁨이었으며, 질곡의 현대사의 현장에서 불교는 빗겨 서있었다는 자괴감을 떨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안도했다. 또 불교의 장자종단으로서 불교계에 통일운동의 기운을 널리 퍼지게 한다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 기쁨과 기대감은 지금도 여전하다.
아직도 남북은 화해ㆍ협력의 단계에 정착하지 못했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남북관계는 소강상태에 빠졌으며, 최근 다시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선언하면서 조금은 풀리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는 그만큼 통일의 문제가 남북의 관계로서만 풀 수 없는 과제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 민족의 통일에 대한 염원이 금강석처럼 굳고, 쉬임없이 나아갈 때 가능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통일은 정부 당국간의 협력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오랜 기간 동안 민족의 정서 형성에 기여해 온 불교의 역할은 그래서 어느 종교와 단체보다 크다. 선조사들께서는 이미 둘 아닌 원융의 가르침을 펼쳐보였다. 보배같은 가르침을 이어받아 분단의 예토를 통일정토로 가꿔나가는 것은 전적으로 오늘의 우리들의 몫이다.
민족공동체추진본부는 지난 1년 동안 주로 한반도와 주변 정세에 대해 파악하고, 불교의 통일론 가다듬는 데 주력했다. 이제는 통일운동을 대중화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상생ㆍ화합의 불교정신이 삶 속에 깃드는 통일일 때 진정 의미있는 통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통일운동은 불교의 가르침을 펼치는 일과 다르지 않다. 상생ㆍ화합의 가르침을 불자와 국민들이 체화할 수 있는 운동을 펼쳐주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