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9일 여성부가 공식적으로 출범하고 초대 장관에 한명숙씨가 임명되었다.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키고, 남성과 여성이 조화로운 동반자로 서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계기로 우리 불교계도 좀 더 여성 문제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선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하여 성차별을 극복하고 남성과 여성이 올바르게 조화 협력하는 길을 제시해야 한다. 남성과 여성이라는 모습(二相)에 매달려 인간이라는 하나의 바탕을 망각하는 성관념을 극복하고 인간이라는 평등성에 입각하여 남성과 여성의 모습을 볼 때 차별은 극복될 수 있다. 그렇게 남성과 여성이라는 상(相)을 바로 보게 될 때 획일적인 평등화를 지양하여 남성과 여성의 특성을 올바르게 실현하는 진정한 평등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불교를 통한 남녀 평등을 위한 이념과 구체적 제안들이 적극적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이러한 일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우선 불교계 내 여성의 위상이 올바르게 정립되어야 한다. 여성들이 수적인 비율에서나 역할에 걸맞는 지위와 위상을 부여받고 있지 못한 현실을 개혁해야 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한국 불교를 보살불교라 하며, 보살불교가 한국불교를 그르치고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이는 잘못된 인식이다. 문제는 여성신도들을 제대로 교육하여 그들에게 신행의 올바른 방향성을 부여하지 못한 데 있다. 여성신도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에 걸맞게 일정한 지위를 부여하고 그들의 신행활동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비구니스님들의 위상 문제에 대해서도 보다 전향적이고 진취적인 계율의 해석이 있어야 할 것이다. 부처님 당시에 여성을 수행자로 받아들인 것은 혁명적인 일이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또 계율도 오랜 동안 남성위주의 사회를 거치면서 형성된 것이라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출가 승단은 재가 신도가 이상으로 삼아야 할 모범적인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비구니의 위상 문제에 대하여 공식적인 입장의 정리가 있어야 한다. 성 차별을 정당화하든, 새로운 계율의 해석을 통하여 평등을 선언하든 더 이상 적당히 얼버무려서는 안될 문제이다. 우선은 계율의 적용을 최소한의 범위로 제한하고, 그 밖의 영역에서 현실적으로 비구니들이 차지하는 종단내의 비중에 걸맞도록 그 지위와 역할을 부여해야 할 것이다.
불교계가 현실을 이끌어가는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진취적인 입장에 서서 불교계 내부의 여성문제를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힘주어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