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의 오랜 역사로 말미암아 고찰에는 성보문화재가 적지 않다. 그러나 전화를 입어 사라지거나 화재로 불타버린 것들도 많아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또한 최근 들어서는 황금만능주의의 여파로 도난을 당하거나 관리 소홀로 분실된 성보문화재가 부지기수다. 특히 고찰에서 전승되어 오던 기록자료들이 예전에 비해 부쩍 줄어든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옛 고승들의 저술이라든지 사랑의 역사를 기록한 사지와 같은 기록자료들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누가 뭐래도 우리 불자들의 책임이 크다.
요즘 사적지를 정리하는데 일조를 하고 있는데 그 내용과 옛 스님들의 정성을 엿보고 있자면 눈물겨울 지경이다. 각 법당의 건립과 중건, 규모를 자세히 소개하고 법구를 다기 하나 수저 하나까지 일일이 열거해 놓은 선사들의 세심함을 엿보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따금 고승들의 어록을 출간하고 싶은 제자들이 평소 스님의 법문이나 일상의 에피소드를 기록해 놓지 않아 애를 먹는 경우도 종종 보아왔다. 이를 보더라도 기록자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성싶다.
불가에서는 예로부터 말이나 글을 그다지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전통이 있었다. 문자를 세운 교리를 뛰어넘어 바로 마음을 꿰뚫어야 견성 성불할 수 있다는 선가의 지침이 강세를 띠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록은 곧 살아있는 역사이며 역사를 바로 알아야만 우를 번복해서 범하지 아니하고 그 교훈을 새 역사를 일구는데 응용할 수 있다는 것은 통설이다.
적어도 고찰의 역사적 기록만큼은 어느 절에 가서나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기록자료를 하나하나 엮어나가는 지혜와 정성이 요구된다.
주지소임을 맡고 있는 스님들이 가람수호나 포교활동 못지 않게 기록자료를 남겨놓는다면 그것은 커다란 업적이 되는 동시에 불교와 사찰발전에도 반드시 성과를 거두리라고 본다.
도수 (정업도량 회주·본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