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이 사찰 문화재관람료를 최고 30%까지 인상하기로 결정하였다. 명분은 북한사찰 복원기금 마련, 물가와 인건비 및 관리비용이 상승요인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북한사찰의 복원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고, 물가 상승 요인 등을 반영한다는 것도 당연한 일일 듯 하다.
그러나 다시 한번 생각하면 근본적인 곳에 문제가 있다. 우선은 조상의 유산에 기대어 살림을 꾸려가는 체제를 언제까지 계속할 것이냐는 것이다. 새로운 신도를 확보하여 그들의 정성이 깃든 시주가 아닌, 손쉽게 조상의 유산을 통해 들어오는 수입으로 사찰과 종단이 운영되는 체제는 결국 적극적인 포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이런 수입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그러한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종단과 사찰의 운영구조는 취약성을 안게 될 것이다.
왜 적극적인 발상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가? 문화재 관람을 위해 찾아오는 국민들에 대한 치밀하고도 조직적인 안내를 통해 그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적극적인 포교를 통해 신도 수를 늘려가는 것이 진정한 불교 중흥의 길이 아니겠는가? 방만하고도 무질서한 사찰 관람의 행태는 귀한 포교의 자원을 헛되이 낭비할 뿐아니라, 사찰 수행환경을 깨뜨리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사찰을 관광지화함으로써 수행도량의 위신마저도 돌보지 않으며, 문화재에 대한 관리와 안내도 없이 관람료만 인상한다는 것은 불자들로부터도 국민들로부터도 손가락질을 받기 알맞은 일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이러한 일들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중론이 있는 가운데, 또 참여연대와 이 문제에 관한 소송까지도 걸려 있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이러한 인상조치가 얼마나 국민들과 불자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저으기 의심스럽다.
불교 문화재는 불교만의 것이 아니다. 온 국민의 것이다. 불교계가 이를 보존하여 전하고 있는 것은 불교의 긍지요 미래불교를 위한 큰 자산이다. 이런 귀한 자산을 통해 당장의 현실적 이익을 얻는데 급급하여 국민적인 저항감을 불러일으킨다면, 거꾸로 미래 불교의 든든한 바탕이 될 수많은 신도들을 잃는 큰 손실을 안게 될 것이다.
조계종은 문화재 안내 시스템 개발과 정비 등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의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 공약이 지켜지지 않음으로써 국민들의 이중 부담의 피해의식이 불교로 돌아오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에 공약이행을 촉구해야 한다. 조계종단이 문화재 관람료 인상만을 결정한 사실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보다 근본적인 대책 수립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