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1.11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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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방세계】 수덕사 행자들의 하루…뜻깊은 ‘출가절’
마음밭에 뿌리는 ‘깨달음의 씨앗’

새벽 절하며 하심배우고
도량쓸며 삼독 떨치고
염불하며 ‘진리의 길’ 탐구

◇새벽예불에 이어 참회의 절을 올린 행자들은 마음의 때를 씻듯 사찰 구석구석을 청소한다.

◇하루 일과 중 가장 한가한 시간인 오후1시, 행자들은 덕숭산 속으로 들어가 집탁 실수를 한다.

‘파르라니 깎은 머리, 감색 승복, 흰 고무신….’
오로지 깨달음을 얻기 위해 험난한 구도의 길을 선택한 행자들. 이들에게는 하루 24시간이 모자란다. 요즘 각 사찰에서는 출가절을 맞아 ‘살아 있는 부처 만들기’에 한창이다. 행자들의 원력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에 사부대중 모두가 초발심으로 돌아가자는 뜻에서 행자의 하루를 조명해 보기 위해 지난 3일 덕숭총림 수덕사(주지 법장)를 찾았다. 새벽 2시30분, 아직 짙은 어둠 속에서 행자들이 눈을 반짝이며 대웅전으로 향한다. 수덕사의 아침을 여는 사람들이다. 하얗게 뿜어 나오는 입김에서 싸늘한 기온을 감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허리를 곧추세우고 대웅전을 향하는 행자들의 기개 앞에서는 추위조차도 행자들의 원력을 담금질하는 열기인 듯했다.

예불을 마치고서는 행자들은 절을 한다. 이는 자기를 버리고 공(空)한 마음으로 돌아가기 위한 행자교육의 첫 단계. 그래서 행자들은 수시로 절을 한다. 자기를 버리지 않고는 대각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리라. 예로부터 큰스님들은 행자교육을 강조했다. 큰 깨달음을 이룰 씨앗을 행자 때 심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행자 생활은 엄격하고 철저하다. 행자생활이 군생활보다 힘들다는 말이 나온 것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원로 스님들은 하나같이 행자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한다. “행자 생활 1년이 평생 중노릇을 좌우한다.” “행자교육을 철저히 시켜야 큰 중이 나온다.” “스님 복은 행자 때 짓는다.” “행자의 길은 최대한 확대하고 사미(니)의 길은 최대한 좁게 해야 한다.” “초심 행자에게 인욕하며 하심하는 일보다 더 큰 것은 없다.” 사실 가행 정진을 하지 않는 출가자는 그저 먹물 옷을 입은 사람일 뿐이다. 실제로 해마다 약 5백 여명의 사미(니)스님들이 태어나지만 정진이나 포교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환속’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래서 행자 교육은 지나치리만큼 혹독할 수밖에 없다. 수덕사 행자들의 하루 일과는 쉼 없이 이어진다. 후원의 일은 물론이고, 도량과 법당 청소에서부터 습의와 경전공부, 울력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심지어는 잠을 자는 시간까지도 할애해 경전을 암송해야 할 정도로 끝이 없다. 뿐만 아니라 한치의 흐트러짐도 용납되지 않는다. 엄격한 행동은 수행의 기초이며, 불가의 전통이기 때문이다. 자칫 한눈을 팔거나 실수를 할 때면 “행자님,…하면 안됩니다. …은 이렇게 하세요” 하는 사중 스님들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그래서 행자생활은 항상 긴장의 연속이다. 이에 대해 원주 효정스님은 “삭발하는 것만으로는 출가라 할 수 없다. 대정진을 일으켜 중생들의 모든 번뇌를 제거할 때 이를 출가라 할 수 있다”며 “행자시절 대정진의 마음을 굳건히 하지 않으면 제대로 중노릇할 수 없다”는 말로 행자교육의 의미를 강조한다.

깨달음을 일러 ‘눈 위에 찍힌 사슴의 발자국’이라 하기도 한다. 사냥꾼이 발자국을 따라 가서 사슴을 포획하듯이 구도자는 스승이 남긴 족적을 따라 해탈문으로 들어서는 것이다. 때문에 구도자는 좋은 스승이 필요하다. 구도의 첫걸음을 디디기 위해 준비과정을 겪고 있는 행자들, 그들이 정법의 첫걸음을 디딜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얼마나 올바른 행자생활을 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부처님의 가르침 속에서 하루를 보내고 부처님의 품에서 잠드는 행자들. 마치 수레바퀴가 말발굽을 따르듯 사찰에 늘 이들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불교는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되어 세상의 무명을 밝힐 수 있다. 글=김중근 기자(gamja@buddhapia.com)
사진=고영배 기자(ybgo@buddhapia.com)

출가절~열반절 ‘경건주간’
전국사찰 다채로운 행사

불교 4대 명절인 출가절(음력 2월8일)과 열반절(음력 2월15일)을 맞아 전국의 각 사찰에서는 13일부터 20일까지 경건 주간으로 정하고, 부처님의 출가정신과 열반의 의미를 되새기는 다양한 법회를 봉행한다.

조계사를 비롯한 많은 사찰에서는 철야용맹정진과 함께 큰스님 설법, 3천배, 참선, 참회기도, 사경, 독경법회, 성지순례 등을 통해 수행자로서의 부처님 삶을 되돌아보며 초발심으로 정진을 다짐하는 기회를 갖는다.

부처님께서 수행을 시작(출가절)하고, 깨달음을 얻은 후(성도절), 열반에 들며 제자들에게 ‘법등명 자등명(法燈明 自燈明)’을 당부한(열반절) 역사적·교리적 측면이 불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진다면 출가·열반절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김재경 기자

사 찰 때 행 사 내 용 연락처

서울 조계사

서울 도선사

서울 정수암
서울 강남포교원
서울 봉은사
서울 무진법장사
서울 정토회
광명시 금강정사
부산 감로사

부산 반야사
통도사 부산포교원

안성 도피안사

부천 석왕사

화성 신흥사

13~20일(오전10시부터)

13일

13~20일
13일 오후8시
13~20일
13일 오전 6시
13~20일
13~20일
15~19일

8~14일
13~20일

12일 오전 10시30분
13일 오전 10시30분
13일 오후8시
13~20일(오전10시)

1일출가, 큰스님(정대, 화산, 활안, 지관, 정무, 무진장, 정락, 지홍스님) 법문기념법회 및 100일기도 입재
자비도량 참법기도
수계식, 열반절 철야정진
8일정진기도, 108참회
해인사 성지순례
8일 출가정진
心출가 체험정진법회
3천배 참회기도, 큰스님(지관, 정관, 성오, 각성, 홍선, 법희, 혜인, 성우, 철우, 혜총스님)법문열반경 산림법회
금강경 사경, 자비도량 참법기도(오후7시)
스님의 날 행사, ‘광덕스님과 불교음악’ 강연(박범훈)
수계식(계사 고산스님), 오후불식
1일 출가 수련대회

(02)732-2115

(02)993-3161

(02)2298-3377
(02)539-2631
(02)516-5652
(02)932-2333
(02)587-8993
(02)893-2700
(051)809-0926

(051)646-6237
(051)816-2241

(0334)676-8700

(032)663-7771

(0339)357-2695

*화계사 국제선원에선…

외국인 행자들 “한국불교 체험”

◇외국인 행자들도 한국 행자들과 마찬가지로 경내 쓸기, 공양간 청소, 연등만들기, 참선 등 고된 일정의 행자교육을 받는다.

벽안의 외국인 행자들은 불제자가 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칠까.

현재 우리나라에 외국인 행자들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 강북구 우이동 화계사 국제선원. 이곳에는 타미르(이스라엘), 마친(폴란드), 엘렌(캐나다) 등 3명의 행자가 교육을 받고 있다. 이들은 한국인 행자들과 다름없이 참선, 울력, 예불 등 불가의 전통적 일상을 체화하며 속진을 털어내고 있다. 이 세 명중 눈길을 끄는 이는 지난해 8월 화계사 국제선원으로 출가한 전직 이스라엘 군인출신의 타미르 행자(23). 타미르씨의 출가 동기는 남다르다. 어릴 적부터 가족 모두가 유대교 신자였던 타미르는 군에 있을 때 우연한 인연으로 고향 테레비 근처에 있는 선센터에 다녔다. 하지만 직접적인 출가의 계기가 된 것은 2년 전 군 제대 후 한국, 중국, 베트남, 일본 등 동남아 불교국가를 여행하다 우연히 접하게 된 숭산스님(화계사 조실)의 가르침에 빠져 들면서부터다. 이어 2년 동안의 여행을 마친 타미르는 이스라엘로 돌아가 가족들의 반대에도 불구, 걸망하나 달랑 메고 화계사로 곧장 달려왔다.

새벽3시 아침예불이 시작되기 전 종 치는 일로 타미르 행자의 고된 일과는 시작된다. 새벽 6시 아침 공양을 마치면 경내 청소와 설거지, 연등 만들기 등 울력을 한다. 오전 오후 두 차례로 나눠 해야 되는 6시간의 참선도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일과다. 또 틈틈히 화계사 교무 현성스님과 국제선원의 명공스님으로부터 불교기초교리 교육을 받는다. 올해 8월이면 사미계를 수지하게 되는 타미르 행자는 “처음에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울력을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무척 힘들었다”며 “육체가 고된 만큼 정신이 맑아짐을 느껴 이스라엘에 있을 때보다 마음이 편해졌다”고 고된 행자 생활을 환희심으로 받아 들이고 있었다. 행자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현성스님은 “음식과 언어 등 다른 환경에서도 외국인 행자들은 적극적으로 교육에 임하며 잘 적응하고 있다”며 “충실한 행자 생활을 마쳤는데도 출가 전 몸에 새겨진 문신 때문에 종단에서 계를 내리지 않아 남방 불교국가로 가는 행자들도 있어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현재 미국, 유럽 등 전세계에서 온 20여명의 외국인 스님들이 정진하고 있는 화계사 국제선원은 95년부터 매년 4∼5명의 행자를 교육시키고 있다. 김주일 기자

2000-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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