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70. 4.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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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지탱해준 인연 (상)-주보문심 서울 마포구 망원동
“지심귀명례 삼계도사 사생자부,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매일 새벽 불교방송에서 흘러나오는 새벽예불 소리에 맞춰 향을 사르고, 조용히 앉아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어느새 제 마음은 30여 년 전 부산의 한 산사의 새벽예불을 떠올리며 아련한 그리움의 감회에 젖어듭니다.
불교에 귀의하고, 2년 후부터 시작된 이 새벽예불은 내 인생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새벽의 적막 속에서 울려 퍼지는 장엄한 염불소리는 나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벅찬 감동과 많은 눈물을 흘리게 했지요. 이렇게 시작한 나의 새벽기도는 2년이 넘게 지속되었습니다. 예불 후 1시간 동안 드리는 관음기도는 주지스님께서 꼭 주관하셨고, 20여명 남짓한 신도들이 매일 참석했습니다. 저는 기도 정진으로 차츰 차츰 신묘한 불법의 세계에 빠져들었습니다.
원래 저는 가톨릭 신자였습니다. 처녀시절 가톨릭 신자가 되기 위해 새벽 교리반을 다니며 공부를 하고, 직장에 출근을 했었죠. 어렵게 영세를 받고, 1년 후 청년회에 가입하여 더욱더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습니다. 당시 나의 친구들은 다 같은 교인들과 결혼을 했는데, 저는 시댁이 불교집안이어서 관면혼배로 혼배성사를 했습니다. 결혼 몇 년 후 이웃에 사는 사람이 한 집에 두 종교가 있으면 집안이 잘 안 된다는 말을 제게 했고, 저는 그 말을 듣고 무척 상심했습니다.
그런 상심의 날들이 지속되던 어느 날 갑자기 시어머님께서 고혈압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제게 항상 미안해하던 남편은 다시 성당에 나가라고 권했지만, 저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머님께서 다니시던 절에서는 가끔 엽서가 왔습니다. 그래서 제가 어머님 대신 절의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어머님께서 오래 다니신 절의 행사에 불참하는 건 불효하는 것 같았습니다. 1년여를 다녔는데 절에 가면 법당에서 절하고 공양하고 오는 게 전부였습니다. 저는 혼자 “불교가 이런 것이 전부가 아닐 텐데….”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고, 친정 고모님께 여쭈어 보았습니다.
“제가 불교로 개종을 해야겠는데 주위에서 너무 미신적인 것을 강요하니 도저히 그런 것을 못 하겠다”고 말씀드렸죠. 고모님은 그것은 정법을 믿는 것이 아니라면서, 고모님이 다니시는 대각사로 데리고 가서 신도로 등록해 주셨습니다.
시내 중심가에 있는 그 절은 내가 다니던 성당과 불과 몇 백 미터 거리에 있었습니다. 법당에서 예불을 드릴 때면, 성당에서 울려오는 종소리가 온통 내 마음을 휘젓곤 했습니다.
그럴수록 저는 불교를 알려고 노력했고, 그 절의 큰스님께서는 초심자들이 알아야할 모든 것을 잘 가르쳐 주셨습니다. 불교신문도 구독하고 불교 서적도 읽으면서 차츰 불교에 심취해 갔습니다.
‘보문심’이란 불명도 받고, 어린이법회에 남매를 보내 불심을 닦게 했습니다. 남편의 사업도 날로 번창했고, 행복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런 몇 년 후 남편이 친구에게 보증을 선 것이 잘못되어 우리 가족은 모든 것을 다 잃게 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저는 남편이 너무 바보스럽기만 해 몇 번이나 이혼하려고 하는 마음의 갈등을 겪었습니다.
그때 이웃에 사시던 보살님이 새벽 관음기도를 권했습니다.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기도했습니다. 새벽 관음기도에 열심히 다니게 된 것이 나의 신심을 더욱 돈독하게 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때 내 친구들은 나를 다시 가톨릭을 믿게 하려고 무진 애를 썼습니다. 그러나 저는 친구들을 설득했습니다. 그냥 타의에 의해 맹목적으로 불교를 믿는 게 아니라고.
그 즈음 양산 통도사에서 보살계 법회가 있다고, 보살계를 받으라고 새벽기도 다니는 절의 공양주 보살님이 일러 주셨습니다.
저는 보살계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통도사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나처럼 30대 불자는 한 명도 없고, 다 노보살님들이 보살계를 받으러 가고 있는게 아닙니까. 저는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처럼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조심스럽게 노보살님들 틈에 끼어 통도사에 도착한 저는 큰스님들의 법문을 들으면서 마음을 놓았습니다. 큰스님께서는 왜 딸, 며느리들은 데리고 오지 않았느냐고 호통을 치셨던 것입니다.
사흘간 <범망경> 법문을 다 듣고, 계를 받았습니다.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진 금강계단을 합장하고 돌면서 참 불자가 될 것을 부처님께 발원했습니다. 이 보살계 수계식에서 들은 <범망경> 법문은 그 후 나의 신앙생활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계속)
2008-02-27 오후 2:5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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