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70. 4.25 (음)
> 종합 > 기사보기
내 안의 화를 이기고 (하)-이기용 서울시 은평구
누이에 대한 원망 속에서만 살 수는 없었습니다. 이를 앙다물었습니다. 친구와 함께 기계 부품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트럭을 사서 전국을 돌며 부품을 팔았습니다.
누이가 없는 형편에 굶어가며 모아둔 돈을 빌렸습니다. 장사는 승승장구했습니다. 장사가 좀 잘 되자 동업자 친구는 쉬엄쉬엄 일을 하기를 원했습니다. 여자친구를 태우고 놀러 다니는 일도 비일비재했습니다. 처음엔 말렸습니다. 더 열심히 일을 하자고 했죠.
하지만 어느 순간 저도 같이 즐기고 있었습니다. 버는 것 이상으로 쓰는 낭비벽도 찾아왔습니다.
점점 돈이 돌지를 않았습니다. 재고는 쌓였고 물건 값 독촉이 들어왔습니다.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사방팔방으로 뛰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어 있었죠.
결국 부도를 내고 빚더미에 올라앉았습니다. 서울에서 버틸 재간이 없었습니다. 고향 인근으로 내려갔습니다. 나를 도와줄 친척은 없었지만 그래도 그곳에서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도 했습니다. 돈이 없어서 결혼식도 올리지 못하고 같이 살기 시작했지요.
그러나 결혼 생활은 평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몸이 약했던 아내가 두 차례의 유산 끝에 가진 첫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에서 생활해야 했습니다. 다섯 살 터울의 작은 아이 역시 인큐베이터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고 간신히 살아남았습니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내가 힘들게 살아야만 하는지 하늘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세상의 온갖 고난은 저에게만 몰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원망은 하늘을 향해서도 쌓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울진 불영사를 가게 됐습니다. 고즈넉한 절 마당에 들어서면서 이상하게 마음이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참 이상한 경험이었죠. 아무 것도 한 일이 없는데 그저 절 마당에 우두커니 서 있는데도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안정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법당에 들어갔습니다. 부처님이 저를 내려다보고 계셨습니다. 원망이 느껴지지 않고 그저 평안한 느낌만이 저를 채웠습니다.
이 일이 있은 후 가슴이 답답할 때마다 불영사를 찾아왔습니다. 가끔씩 찾아와 우두커니 앉아있는 저를 지켜보고 있었나봅니다. 어떤 보살님이 말을 걸어왔습니다. 이렇게 부처님 앞에 앉아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말했죠.
그랬더니 그 보살님이 관세음보살님을 불러보라 했습니다. 가장 힘이 들 때 중생들에게 손을 내밀어주는 자비로운 분이라고 설명해줬습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관세음보살을 불러봤습니다.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부르기엔 쑥쓰러워서 마음속으로, 입 속으로 우물우물 관세음보살을 불렀습니다. 관세음보살에 의지하면서 생활도 점점 나아졌습니다. 제 마음도 조금씩 풀려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큰 누이가 연락해와 저희 부부 결혼식을 올려줄테니 준비하자고 했습니다. 결혼식도 못 올리고 사는 동생이 못내 마음에 걸렸던 누이가 그동안 돈을 모았던 겁니다. 예전에 사업한다고 빌린 돈도 갚지 못하고 원망이나 해대던 저에게 말입니다.
마음 속 깊이 뜨거운 덩어리와 함께 관세음보살이 제 입 밖으로 튀어나왔습니다. 가슴이 후련했습니다. 아내와 부둥켜안고 그날 밤 눈물만 흘렸습니다.
서울에 올라와 친척들 앞에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올린 뒤늦은 결혼식에 아내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습니다.
누이에 대해 원망을 가졌던 저 자신을 후회했습니다. 누이들이 열심히 절에 다니며 신행활동을 하는 것을 보고 저도 부처님 전에 무릎을 꿇고 깊이깊이 참회했습니다. 부모 같은 누이들에게 품었던 한은 부처님을 뵐 때마다, 그 앞에 머리 조아릴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녹아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하루 종일 관세음보살을 되뇌며 감사한 마음으로 살았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 제일 먼저 관세음보살을 불렀습니다. 일을 할 때도 쉴 때도 소리 내어 부를 수 없을 때는 마음속으로 절실하게 관세음보살을 외쳤습니다.
그렇게 관세음보살에 의지하면서 열심히 일했고 다시 서울로 상경했습니다. 20여년 만에 다시 서울 생활을 시작한 것입니다. 이제 다시는 젊었을 때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제 제 곁에는 제가 어긋나지 않도록 도와주는 관세음보살님이 계십니다. 관세음보살님을 부르면서 전 새로운 인생을 얻었고 제 안의 화와 원망은 사라졌습니다.
앞으로도 관세음보살님을 의지하며 열심히 살아갈 것을 다짐합니다. (끝)
2008-02-27 오후 12:18:43
 
 
   
   
2026. 6.10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