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변화의 소용돌이는 매우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오로지 부처님께 빌고 또 빌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영감이 남긴 집을 팔아 빚 정리를 하고 나니, 제 몸에 이상이 오게 됐습니다. 가슴을 치면서 다니고 화가 치밀어 손 발가락을 바늘로 쿡쿡 찔러 피를 내기도 했습니다. 그런 제 모습은 미치광이의 형상 그대로였습니다. 가슴에 한이 맺혔습니다. 하루 종일 TV만 보았고 집은 온통 먼지가 쌓여 발 디디기가 힘들었습니다. 세탁기가 옆에 있어도 빨래에서 곰팡이가 필 정도로 쌓아 놓고, 음식쓰레기에는 벌레가 기어 다니는 등 완전히 정신을 잃은채 심한 우울증으로 만 5년을 보냈습니다.
죽는 일만 상상하고 15층 옥상에 올라가 떨어질까 궁리를 했고 9층인 우리집 베란다에서 매일 문을 열고 아래만을 보는 그런 생활이 전부였던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친정아버님 제사 3일전에 그간의 우울증을 이기고 우뚝 서게 됐습니다. 부처님의 가피 아래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활력이 생겨나 구석구석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고 한바탕 난리를 피웠습니다.
제주도에 있는 여동생이 “언니, 빨리 오세요. 바람도 쏘이고 아버지 제사를 나와 함께 지내 봅시다”라고 연락이 왔더군요. 저는 그 말에 짐을 싸고 나들이 준비를 해 외출을 했습니다.
창 바깥으로 비추이는 세상이 새삼 달라 보였습니다. 마치 다시 환생한 듯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제주도에 내려가 동생과 같이 아버지 제사를 지냈습니다. 스님을 모시고 함께 염불독경을 했지요. 돌아가신 아버지도 기뻐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지나 온 시간들을 돌아 보았습니다. 세 번의 기적을 얻게 된 삶의 등불은 그 누가 밝혀 준 것일까요? 그것은 어머니가 평생토록 자식을 위해 부처님 전에 머리 조아리고 기도했던 덕이고, 무주상 보시로 살아오신 어머님의 선업에 따른 선과라고 생각합니다.
기도와 무주상 보시의 삶을 살았던 어머니의 일생을 통해 공든 탑은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습니다. 원양어선을 타고 나간 아들도 건강하게 자기 맡은바 소임을 다 하고 있고, 결손가정의 슬픔을 거뜬히 이겨낸 손주 남매도 자랑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큰 손녀는 학교에서 선발하는 인재 두 명 가운데 한 명으로 뽑혀 지금 필리핀에서 연수중입니다. 얼마 전 “잠깐 귀국해 할머니 뵈러 가겠다”는 소식을 접하고 손녀 만날 기쁨에 신이 났습니다. 장손은 사병으로 복무하며 100일 휴가를 받아 나왔습니다. 늠름한 대한의 국군으로 변모한 손자를 가슴에 포옹하면서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우울증을 이겨내는 데는 큰 딸의 힘이 컸습니다. 2시간이 넘는 거리를 오고 가며 물심양면으로 어미를 위해 희생하던 효녀였죠. 막내딸은 14년 전 프랑스 유학을 떠나 그곳 파리 소르본느 대학 학부를 마치고 파리에 눌러앉았습니다. 자신의 프랑스 생활 등을 한국에서 책으로 펴내면서 한 잡지에 생생한 프랑스 소식을 전하는 전문위원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자식들도 다 잘 풀려나가는 것이 모두 어머니의 공이라 생각합니다. 어머니의 은혜를 갚는 방법은 불심, 자비심에 있다고 결론내렸습니다. 부처님을 염원하면서 제 생활에 바른 지표를 던져보려고 노력합니다.
독실한 불자로 무주상 보시를 실천하며 평생을 사셨던 어머님의 얼을 닮자고 손주들에게 가르치는 교훈이 있습니다. 근면 성실 효도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 세 가지를 확실히 실천하면 너희들 자신은 이 험난한 세상을 거뜬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하면서 말입니다.
내가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는 몰라도 소외된 곳을 찾아 온정의 손길을 펴자고 얘기하곤 하죠.
나 자신의 존재를 아끼고 소중하게 겸허한 마음으로 바른 불심을 담는다면 인생행로 긴 여정은 광명과 행복이 자신을 갖게 하는 기쁨으로 충만할 겁니다. ‘걷는 자만이 갈 수 있다’를 가훈으로 삼고 실천하기를 외쳐봅니다.
“어머니, 제겐 부처님이신 어머니, 감사하며 오늘도 저와 제 가족을 지켜주는 존재로 힘차게 걷고 또 걸으면서 마음 깊이 불심을 담겠습니다. 매일 새벽 3시면 세안을 깨끗이 하고 예불을 올립니다. 어머니, 저도 나이가 들어갑니다. 열심히 정진하는 자세로 자식에게 열심히 사는 엄마였다는 평을 받고 손자에겐 매력과 지혜가 있는 할머니로, 이웃에는 정으로 나눌 수 있는 덕을 쌓겠습니다. 오늘도 큰스님의 법어를 낭송하면서 마음을 다져봅니다.
“우리 어머니가 평생 그렇게 사셨듯이 저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며 살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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