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70. 4.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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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 은인(심중선(가명) 대전교도소)
지금 저의 머리맡에는 염주가 놓여 있습니다. 매일 같이 보고 만지며 제 스스로에게 위로를 합니다. 어느덧 이곳에서 수감생활을 한지도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있습니다. 씻을 수 없는 큰 죄를 짓고 반성을 하며 새로이 태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처음 수용생활을 시작하면서 너무도 낯설고 적응이 되질 않아 혼자서 많은 고민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누군가가 제 곁에 와서 “종교에 관심을 두면 마음이 편안해질 것”이라며 한 권의 성경책을 주었고 한 구절씩 읽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무엇 때문인지 눈에 들어오지를 않았습니다. 마음이 안정되질 않아서였는지 눈으로 읽고는 있지만 마음은 허공에 떠 있는 듯 갈 곳을 잃고 있었습니다.
얼마 후 다른 곳으로 이감을 갔는데 우연치 않게, 아니 필연처럼 한 분의 스님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아무런 말없이 지켜만 보았습니다. 하지만 아침저녁으로 함께 하며 서로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어 보니 이 분의 마음가짐이 다른 사람들과는 사뭇 틀리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스님도 죄를 짓고 이런 곳에 오다니 별 수 없구나”라며 좋지 않은 시선으로 그 분을 대하였던 처음과는 달리 보게 되었습니다. 그 분은 자신의 무죄를 확신하며 믿고 있었습니다. 무모함보다는 사람을 믿는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차츰 그분과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누며 진정 제 자신을 반성하게 되는 계기를 가졌습니다. 지금껏 그 누구에게도 제 마음 속내를 모두 얘기해 본 적이 없었지만 어느덧 그분께는 제가 가진 모든 아픔까지도 다 털어놓고 있었습니다. 저에게 종교적인 이념을 강요하지는 않으셨지만 그 무엇보다 강한 것이 마음 속 한구석에서 끓어오름을 느꼈습니다.
“그 사람에게서 배울 것이 있으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따라하라”는 옛말처럼 저는 하나 둘씩 그 분을 닮아가려 하고 있었습니다. 식사 때마다 합장을 하며 기도를 하기 시작하였고, 또 아침저녁으로는 벽을 보고 참선을 하며 기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두 달여 간의 시간이 흘렀을 때 제 마음에 점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마음으로부터 안정을 찾기 시작하였고 항상 불안해하고 조바심 많으며 작아보였던 제 마음이, 남을 배려하고 기분 좋지 않더라도 속으로 삭히며 여유를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분에게서 불교에 관한 많은 얘기를 들으며 제 자신이 그 동안 얼마나 헛되이 살아왔었는지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 거짓말처럼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스님께서는 이곳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전 마치 제 일처럼 기뻤습니다. 스님께서는 나가시며 저에게 용기와 희망을 절대 잃지 말고 처음 가졌던 마음, 초심을 잃지 말라고 당부를 하셨습니다. 그리고 직접 저술하신 책을 한 권 넣어 주셨는데 그 책의 첫 표지에는 ‘인연공덕(因緣功德)’이라는 한자와 함께 제가 이곳에서 생활하며 힘이 들 때 읽어보라며 좋은 글들을 적어 두셨습니다. 스님이 가시고 난 후 혼자서 눈시울을 적시며 많은 그리움과 정을 느꼈습니다. 불가에서 사람의 인연은 억겁 년을 이어져야 이루어진다는 것처럼 모든 인연을 소중히 하며 그 인연을 좋은 인연으로 이어가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제가 이곳 대전교도소로 이감 와서 출력을 한지도 2년여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불교 집회에 나가 더 배우고 깨달으려 하고 있습니다.
한 분의 스님을 통해서 보았던 불교라는 종교가 저에겐 지금껏 살면서 가장 큰 변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로 많은 날들이 제 앞에 놓여 있습니다. 지금껏 지내 온 날들보다 지내야 할 날들이 더 많이 남아있기에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것입니다.
마음의 평온함을 느끼기 위해 요즘에도 저는 아침저녁으로 염주를 손에 쥐고 관세음보살께 기원 드립니다. 지금 제 자신이 처한 상황이 좀 더 나아질 수 있기를, 아니 더는 나빠지지 않기를 말입니다.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제 스스로가 마음을 어떻게 가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마음을 다스릴 줄 안다면 스스로 부처가 된다’고 믿고 앞으로는 더욱 정진하며 살아갈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해 봅니다. 작은 일깨움과 삶의 안식이 되어주신 스님의 온화함을 머릿속에 그려 봅니다. 그리고 다시 만나는 그날에는 그때와는 다른, 하지만 마음만은 그때와 같은 초심으로 뵐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더욱 전념할 것을 스스로 약속하며 모든 분들이 성불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 드립니다. 성불하십시오. <끝>
2007-09-10 오후 5:4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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