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 살아가는 목표는 과연 무엇일까요? 저는 말 하고 싶습니다. 인생의 긴 여정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기에 이제 70고개를 갓 넘은 제가 이렇게 펜을 들었습니다.
우리집은 불심 깊은 어머니로 인해 불자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제가 성장하면서 가장 인상 깊게 지켜 본 모습은 어머니가 행해온 무수한 보시였습니다. 어머니는 불쌍한 사람 그냥 못 지나쳐 도와주고, 아픈 사람 그냥 스치지 못해 치료해주고, 옷 주고, 밥 주고 마치‘관세음보살’과도 같은 분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무남독녀로 태어나셨습니다. 결혼 후에 딸 둘만 두었던 분이었기에 남의 자식조차 내 자식 삼아 아낌없이 사랑을 베풀어주었습니다. 어머니가 뻗은 손길로 인해 생명을 건졌던 제 남편은 저와 부부의 연을 맺기도 했죠. 아들 삼아 사랑했던 이를 사위로 맞게 된 어머니에게 저는 딸이면서 며느리도 되었지요.
어머니는 불심이 대단한 분이었습니다. 우리집에는 스님들이 언제나 드나드셨습니다. 탁발에 나섰던 스님들이 절에 돌아가시기 전에 허기를 채우시라고 더운 여름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국수를 삶아 편히 드시게 했습니다. 공양하시는 동안 땀에 젖은 스님의 옷을 깨끗이 빨아 다림질해서 입도록 했습니다. 탁발 받은 쌀로 무거웠을 짐을 편히 메고 그 높은 산사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게 스님들 공양에 온힘을 다했던 분이었습니다.
우리집은 몇 년 전 ‘달마야 놀자’ 영화를 촬영했던 김해 신어산 은하사 인근에 있었습니다. 자주 은하사를 오르내리던 어머니는 바쁜 절 살림을 위해 몸소 공양주 보살을 자청하기도 했습니다. 스님을 공양하던 틈틈이 법당 대웅전에서 천 배, 만 배 무릎이 닳도록 저희들을 위한 공을 드렸던 분이 바로 제 어머니였습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어머니의 정성이 무엇이었는지,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스님들을 섬겼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은하사 뒤쪽 산 위 암자에는 연세 높으신 비구니 스님이 계셨습니다. 혹여 몸이나 아프신지 전기도 없는 곳에 무사히 계신지 어머니는 한밤중에 쌀을 이고 그 오솔길을 거뜬히 올라가시는 정성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루는 젊은 스님께서 엄동설한에 철야 기도를 하시는 것을 보고 밤샘하듯이 털을 돌려 솜을 놓고 누빈 버선을 만들어 드리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정성을 드리는 어머니를 보면서도 저는 이해가 부족한 철부지 불자였습니다.
어머니는 돌아가실 때를 아셨고, 임종 마지막 모습은 마치 곱게 화장을 한 듯 신선 그 자체로 잠드신 모습이었습니다. 유언대로 화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약간의 비를 뿌리더니 하늘에는 쌍무지개가 찬란하게 장식을 이루었습니다. 하늘을 본 분들은 “정말 연화심보살님이 극락왕생 부처님 곁으로 가셨다”는 말을 하기에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제 방에는 어머님이 만들어 주신 천주염주와 백팔염주가 고이 놓여 있습니다. 그것을 볼 때마다 문득문득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아들이 없다는 한을 안고도 제게 둘도 없는 자식 사랑을 듬뿍 주셨던 어머님이셨습니다.
저는 부부교사로 4남매와 살림살이를 몽땅 어머니에 맡긴 채 살았습니다. 어머니의 고달팠던 육체와 정신적인 부담을 달래지 못한 불효여식이었던 지난날을 돌이켜 생각에 잠기는 고희를 넘은 딸은 반성으로 저절로 마음을 채찍질 할 따름입니다.
9월 그믐날 국화꽃 향기가 가득 할 때면 어머님의 기일이 되는 날입니다. 좋은 계절에 작고하셨지만 나이 예순 한 살 회갑이 되던 그 해에 자식 곁을 떠나가셨죠. 어머니를 여의고 믿고 의지했던 어머니 없이 저 혼자 1인 3역을 다 해내기가 벅차 교단에 사표를 던졌습니다.
그 후 제 삶에도 고(苦)가 찾아왔습니다. 사표를 내기 직전 서울 연수차 상경한 남편이 뜻밖에 적십자병원 중환자실에서 급변으로 입원한 사태가 생긴 것입니다. 빨리 상경하라는 통보를 받고 궁금함에 가슴 조이면서도 문득 어머니가 떠올라 관세음보살을 외쳐보면서 달려갔습니다. 숨 막히는 순간 관세음보살을 외치며 도착한 연수원에서 들은 소식은 자정에 남편이 쓰러져 급히 앰뷸런스에 실려 갔다는 비보였습니다.
미친 듯이 달려간 병원 중환자실 풍경, 지옥이 따로 없었습니다. 모두들 사경을 헤매고 아픈 고통의 외침 그 자체였죠.
이리 저리 남편을 찾아 헤매다가 찾은 그이는 말을 전혀 못하고 그만 침대에서 아래로 떨어지더니 피를 토하는 것이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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