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은 왕자의 신분을 버리고 처자식을 두고 출가해서 고행 끝에 우주만유의 참된 진리를 깨달으신 분이죠. 아흔 아홉 명의 목숨을 앗은 살인마도 자비의 손길로 거두어 깨달음을 얻게 하신 세존. 이천오백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모든 중생들의 가슴에 진리를 설하시고, 광명을 보이시고 증명하시는 부처님.
부처님을 만난 그날, 하염없이 눈물만 두 눈 가득 흘러 내렸습니다. 그날부터 저는 낮이고 밤이고 부처님 앞에 마음의 기도를 시작하였습니다. 그저 잘못했다는 일념만으로….
하지만 세월의 무게에 안주해서일까요, 처음의 순수했던 신심은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속빈 강정처럼 모양만 불자였지 생활 자체는 독선과 아집으로 뭉쳐 있었습니다.
저의 현재가 제 과거가 빚어낸 자업자득이라는 결과를 스스로 인정하게 되면서 찾아오는 자괴감과 죄의식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극심한 불안과 이유 없는 열등감에 휩싸인 채 손으로는 불경을 들고 입으로는 부처님을 찾으면서도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지해서 해결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마음 속 일어나는 열등감을 기반으로 아집으로 똘똘 뭉친 ‘나’라는 또 하나의 허위의식을 키우고 있었답니다.
제가 열 여덟 살 때 친구와 같이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버스에 부딪치는 대형사고가 난 적이 있습니다. 비몽사몽간에 눈을 떴을 때 나는 몸에 깁스를 한 채 누워 있었고, 함께 탔던 나의 친구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차라리 꿈이기를 바라면서 울부짖던 그 날.
지금에서야 이 모든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닌 저 자신의 오랜 잘못된 습의 결과임을, 제 어리석음에 대한 필연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 하나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고통 받았을 내 주변을 스쳐갔던 많은 사람들, 또 지금도 마음 속 응어리를 짊어지고 계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참회합니다.
‘죄의 자성이 본래 없어 마음 따라 일어난 것. 마음 한 번 비어지면 죄업 또한 사라지네. 죄도 업도 없어지고 마음 또한 공하여야 이 경계를 이름 하여 참회라 하나이다.’
<천수경>을 독송하면서 머리끝이 쭈뼛 설 정도로의 전율이 왔습니다. <천수경>을 읽으면 읽을수록 모든 문제의 발단은 눈앞의 모든 대상이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참된 참회를 할 수 있을까? 진리의 테두리 밖에서만 맴도는 내가 그 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고민 연속의 날들이었습니다. 너무나 부족하지만 오로지 한마음만을 참회의 길을 가기로 서원하며 이곳 부산교도소 불교방으로 배정되었습니다.
좀더 체계적인 불교공부와 신행생활을 위해 매주 교리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교리공부 뿐만 아니라 법당에 나가 봉사활동을 하면서 알게 모르게 저 자신에게 쌓여있는 잘못된 습관과 어리석은 생각이 버려졌습니다. 참된 하심의 바른 길을 배우고 있는 것이겠지요.
고마우신 불법의 인연으로 이곳 교도소에서 교화 봉사 활동을 해주시는 많은 스님과 포교사님들, 그리고 보살님 거사님들의 자리이타행과 끝이 없는 자비행을 보면서 너무나 이기적이고, 좁은 우물 안에서 헤어나지 못한 저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른답니다. 참으로 내세움도 응당한 대가도 없는 무주상보시의 참 모습을 느꼈습니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108 참회 예불에 이어 경전 사경을 한 지도 어느덧 3년이 지났습니다. 매일 쓴 사경지를 이곳 포교원의 원장님에게 보내 드리면서 어느새 저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주위를 돌아보는 여유, 상대를 배려하는 작은 행동 하나, 따뜻한 말 한마디. 이렇게 부처님 말씀을 직접 들으며 저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고 번뇌 불안 고민 등이 소멸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내가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이 모두가 내 마음속에서 시작되고 이어져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칠흑 같은 무명의 어둠 속에서 참된 진리의 빛과 광명을 밝혀주신 부처님. 이제는 나를 깨달아 올바르게 사랑하며 대자대비 부처님 법에서 벗어나지 않고 모두를 사랑할 수 있는 참된 제자가 되겠습니다.
앞으로 저의 삶이 어떠할지라도 어느 것 하나 소홀함 없이 순응하며 보다 나은 삶의 길을 개척해 가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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