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70. 4.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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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전 일주향 올리며 (중)/김남식 부산광역시 강서구
아버지의 사업은 연일 번창했습니다. 농장을 하시던 분이 타 업종까지 손을 대면서 돈은 더 풍족해졌지만 가족들의 마음은 점점 가난해지고 있었습니다. 왠지 더욱 행복했어야 할 우리집에는 걱정과 근심만 점점 늘어갔답니다.
급기야 아버지는 처음 보는 여자와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저보고 작은 엄마라고 부르라고 하는 겁니다.
충격을 받아 몸져누운 어머니의 눈물 속에 저의 가슴은 찢어질 듯 아파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업보였을까요? 과보였을까요? 아버지의 창고에 큰 불이 나서 아까운 인명까지 앗아가는 대형사고가 터졌습니다.
승승장구하던 아버지의 사업은 한순간에 기울어갔습니다. 더불어 같이 기울어가는 우리집안을 보면서 저는 순간 나 자신을 잃어버렸습니다. 제가 중심을 잡고 어머니를 보살펴야했건만 아직 어렸던 저는 스스로를 주체할 수 없었던 것이죠.
모두가 싫었습니다. 점점 학교 공부에는 흥미를 잃어갔습니다.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며 나쁜 짓들에만 몰두했습니다.
경찰서 유치장에서 저를 빼내기 위해 굽실거리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즐겼습니다. 저를 위해 자존심도 굽히고 경찰들에게 굽실거리는 아버지의 모습이 복수였던가 봅니다. 그렇게 못난 생각만 하던 철모르는 어리석은 이가 바로 저였습니다.
어머니의 눈물을 보며 가슴은 아팠지만 이미 마음이 삐뚤어진 저에게 그 누구의 설득도 나무람도 올바르게 들리지 않았습니다.
손에 약간의 돈만 생기면 가출을 밥 먹듯이 했습니다. 집을 나와서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밤에는 업소에서 일을 하고 그렇게 되는대로 막 살았습니다.
“제발 이 엄마를 봐서라도 어떡하든 고등학교는 졸업해야 한다”고 눈물로 호소하며 어머니는 저를 붙잡았습니다. 그러나 어리석음도 습이 되어 깊숙이 젖어 있어서였을까요? 어머니의 말씀조차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나에게 지쳤다면서 나 몰라라 하시는 아버지를 보며 또다시 가출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저에게는 평생 씻을 수 없는 아픔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암으로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 겁니다. 순간 심장이 멈추어 버린 듯, 하늘이 무너진 듯한 느낌으로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이 모든 일이 나 때문이라는 자책이 들었습니다. 당장 어머니를 찾아갔습니다. 누워계신 어머니께 “엄마, 잘못했어”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다행히 못난 저에게 효도라는 또 한 번의 기회를 주셨는지 어머니는 더 이상 암세포가 전이되지 않고 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점점 회복돼 가는 어머니를 보며 저는 부처님 성모님 하느님 모두에게 두 손 모아 감사의 절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릅니다.
그동안의 잘못 살아왔던 인생을 반성하며 특전사에 입대했습니다.
전역 후 제법 큰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직장 동료와 결혼도 하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를 가진 아빠가 되었습니다. 매일 매일 약의 힘으로 견디시는 어머니와 운신이 힘든 아버지가 계시지만 저게 최고의 버팀목이니 두 분의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이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습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에 손을 댔습니다. 무리한 사업확장을 했고 때마침 불어닥친 IMF와 눈덩이처럼 불어난 사채는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을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어떡하든 부도를 막아보려 했으나 역부족이었고 결국 돈 때문에 아까운 생명까지 앗아가는 엄청난 죄를 짓게 되었습니다.
그 어떤 변명을 늘어놓아도 유명을 달리하신 분께는 받아들여지지 않겠지요. 불효막심한 자식이 저지른 순간의 실수로 또다시 가슴속 응어리가 졌을 우리 어머니와 가족을 뒤로 한 채 15년이라는 중벌을 받았습니다. 참회와 교화라는 이름으로 영어의 몸이 된 지 8년….
도대체 왜 이래야만 했을까?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길까? 하는 자포자기 속에 얼마동안 주위와는 담을 쌓고 세상을 원망하며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도 않는 것처럼 저 자신을 옥죄이고 있었습니다.
그저 숨쉬는 것이 한스럽고, 살겠다고 밥 한 술, 물 한 모금 삼키는 것이 부끄럽고 또 부끄러웠습니다. 아침에 눈을 뜰 수 없기를 간절히 바라며 눈을 감던 밤이 얼마나 많았는지요. 어떻게 하면 이 구차한 생명의 끈을 놓을 수 있을까, 그렇게 끝만 생각하고 있던 제가 어느 날 무심코 뒤적인 책 속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의 자비로운 미소를 만났습니다. (계속)
2007-01-20 오전 11: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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