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70. 4.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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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수행 (하)/송화진 (서울시 종로구 경운동)
어머닌 늘 걱정을 하셨다. “너 고기 잘 먹는 남자 만나면 너 같이 고기 음식하기 싫어하고 냄새도 싫어하면 쫓겨나. 시집어른들께도 그렇게 성질낼래?” “난 내가 안 먹으니까 고기 음식 만들지도 않을 거예요. 먹고 싶으면 직접 만들어 먹으라지 뭐!” “그래 한번 두고 보자.”
이런 장담을 했었는데…. 난 남편과 시댁어른들을 위해 갈비탕도 끓이고 갈비찜도 만든다. 냄새가 그렇게 예전처럼 날 힘들게 하지만…. 맛있게 하지는 못하지만 정성은 다 하고 있다. 친정어머니껜 죄송함이 앞선다. 친정식구들에게 한 번도 해드리지 않고, 그렇게 성질내던 일이 너무도 부끄러워진다.
어머니는 말씀하신다. 남편을 부처님같이 그리고 시어른들을 부처님같이 대하라고. 그러나 부처님께도 가끔 화를 내고 섭섭해 하면서 나는 살아가고 있다.
원치 않아도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땐 마음을 비워야 한다. 이 평범한 진리가 너무도 어려운 건 무슨 이유일까?
나는 내가 참 복 많은 사람이란 생각을 하곤 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나에겐 좋은 스승들이 계시고, 나의 직업은 세상 속에서 복을 짓는 사회복지사이기 때문이다.
내 직장인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의 일상은 삼라만상과의 만남과 함께 나의 아상으로 극락과 지옥을 넘나드는 특별함이 있다. 인생의 대 선배인 어르신들과 함께 하루를 열고, 가족보다 더 오랜 시간을 어르신들과 보내면서 나는 자주, 아니 매순간 부처님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또한 복덕을 쌓을 좋은 기회를 매순간 만나며, 매순간 악업을 쌓을 순간과 대면하게 된다.
손이 차다며 익모초를 길러다 주시는 약수여래 같은 어르신도 계시고, 시시비비 따지기 좋아하는 어르신 때문에 어리석은 내 모습을 깨닫기도 하고, 육체의 나약함도 마음먹기에 달렸다며 투병생활에서 얻은 지혜를 나누어 주시는 어르신도 나를 지켜보고 계신다.
이렇게 나는 좋은 스승과 자주 대면하는 기회가 많아 삶의 색다른 기쁨이 있다. 좋은 스승에 대한 기준이 사람들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 귀감이 되는 스승도 있고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이도 스승임에 틀림없다.
센터 회원어르신은 총 3만 명, 매일 오시는 3000명의 어르신들을 만나며, 이분들은 모두 내 스승이다.
매일 많은 사람과 만나다보니 나도 모르게 구업을 자주 짓게 된다.
‘어르신들을 위해 무언가 한다면서 혹여 내 말 한마디에 누군가 상처 받지 않았나?’ 반성하고 살다가도 찰나를 놓치는 혀끝과 우매한 판단으로 구업은 쌓여간다.
그럴때마다 하루에 한번은 천수경을 읽으라던 성진 스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많은 사람과 만나서 말을 하다보면 구업을 많이 짓게 되고, 자기 자신의 마음자리를 보지 못하고 남 탓하게 된다”는 말씀이 귓가에 맴돈다.
그리고 늘 나의 철없음을 걱정해 주시고 기도해 주시는 외할머니의 “세치 혀로 짓는 악업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른다. 한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도 없어. 늘 말을 조심해라, 화진아!”라는 말씀도 떠오른다. 늘 잊혀지지 않는 말씀이지만 실천은 쉽지가 않다.
난 잠들기 전 짧은 성찰의 시간을 만든다. “좋은 사람의 좋은 면은 닮아가고 남의 허물은 덮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길….” 나를 점검하는 수행의 한 조각은 이렇게 하루하루 퍼즐을 맞추어 가고 있다.
2003년인 것 같다. 많은 어르신들과 함께 하는 나의 일상 속에는 매일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다. 너무도 무례한 억지를 쓰는 어르신도 계시고, 조금도 손해 보지 않고 잇속만을 생각하는 어르신도 계신다.
그리고 이유 없이 욕을 먹어야 할 때도 자주 생긴다. 그래서인지 조금씩 지쳐가는 나의 생활에 큰 성찰의 울림이 있었다. 직원교육시간에 당시 조계사 주지이시고 지금은 불광사 회주로 계시는 지홍 스님의 말씀은 날 바로 서게 했다.
“하루 3000명의 어르신께서 오신다고 합니다. 센터에 근무하는 선생님들은 하루에 몇 분의 어르신들께 인사를 하십니까? 하루에 3000배 절 수행을 못해도 여러분은 그 이상의 수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매일 오시는 어르신 3000분께 웃으며 인사 올리는 그것이 바로 수행의 시작이며 끝일 수 있습니다. 너무 얄미운 어르신께 마음이 나지 않더라도 웃으며 인사 한번 해 보십시오. 작정을 하고 몇 번만 해 보다 보면 알게 될 겁니다. 왜 그리도 얄미운지. 그 어르신의 행동이 내속에 숨어 있는, 보이고 싶지 않은 내 치부랑 너무도 닮아있지 않은지 한 번 보십시오. 그리고 현재 선생님들이 서 있는 이 곳, 이 순간의 주인공으로 살아가세요. 수처작주란 말을 잊지 마십시오.”
그 말씀을 듣고 매일 같이 2000명의 어르신들께 식권을 나누어 드리는 일을 하면서 의식적으로 1000분의 어르신께 정말 마음을 다해 인사를 드렸다.
“안녕하세요! 좋은 하루 되세요! 어서 오세요!”라며.
한 달을 작정해서 복도를 지나다니면서도 인사를 하고 나니 점점 짜증과 육체적인 피로가 덜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중생인 까닭에 또 다시 원망과 미움과 투정의 씨앗을 떨쳐 버리지 못하지만, 그래도 순간순간 나의 스승과 반면교사를 만나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도 어르신들과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다.
나에겐 네 분의 할머니가 계신다. 나를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는 친할머니, 철없는 나를 위해 늘 기도가 생활이 된 외할머니. 그리고 올해 백세가 되신 우리 시할머니와 아흔 다섯이 되신 시외할머니 이렇게 네 분의 할머니가 나의 곁에 계신다. 나의 복 짓는 복지사일은 네 분의 할머니의 응원과 애정 속에서 에너지를 발한다.
나는 어르신이 좋다. 애정과 고민을 던져주시는 네 분의 할머니가 사랑스럽다. 나도 사랑받는 어르신이 되고 싶다. 그래서 난 꿈을 꾼다.
어르신들의 꿈과 마음을 헤아리는 문수보살 같은 지혜와, 관세음보살 같은 따뜻함을 지닐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또 센터의 어르신들이 가지신 문수보살과 같은 지혜를 전수 받고, 그 분들을 부처님같이 대할 수 있도록 수행하겠다고.
가끔은 어르신께 화도 내고 부족한 능력에 힘겨워도 하겠지만, 마음자리 찾는 이 불교공부를 늦추지 않고 내 생활 속의 3만 명의 부처님을 만나 뵈면서 이 부족함을 채우고 반성해 나갈 것이다. 3만 명의 스승들과 매일 3000분의 부처님과 함께 깨어 있으면 언젠가는 이 윤회의 바퀴에서 해탈할 수 있는 작은 빛이 보이지 않을까?
오늘도 난 서울노인복지센터라는 수행처로 새로운 부처님과 보살을 만나러 간다. 그리고 별난 데이트를 한다. 내 마음 속 부처를 찾기 위해….(끝)
2006-07-18 오전 11:3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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