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70. 4.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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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상일구(向上一句)’ 이룰때까지 (중)/이만덕 (서울 은평구 대조동)
부산에 도착하자 제 마음은 안정되었습니다.
저 같은 초보자를 위한 공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어서 보살님들 틈에 끼어서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화두 의심이 지속되는 시간은 더욱 더 길어졌습니다. 그런데 또 결국에는 화두 의심이 사라지는 상황에 부딪쳐야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화두를 들면 제 안 심연을 향해 화두의심이 쭉 이어져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는 화두 의심이 지속되다가 어느 순간부터 무엇인가에 막혀 전진하지를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제 몸은 점점 달아올랐습니다. 결국 아무런 소득도 없이 서울 가는 고속버스를 타게 되었는데 이후에 어떻게 해야 할지 참담했습니다.
의욕도 떨어지고 체력도 바닥나고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또 무엇이라 변명해야 할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샘을 파다가 우물물이 솟구쳐 오르는 것처럼 화두 의심이 저절로 솟아났습니다.
이후 서울 안국선원에서 다시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젠 마음만 가면 화두 의심이 생겼고 화두 의심 역시 힘차게 들렸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쉽게 들리는 화두가 저를 괴롭혔습니다. 화두 의심이 거칠게 들림과 동시에 저를 괴롭히는 기운들도 덩달아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기운들은 제 몸을 빙빙 돌면서 괴롭혔습니다. 그런데 화두를 놓아버리면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저는 화두들 들면 나타나는 괴로운 기운들을 몸으로 받아 내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러자 다시 화두의심은 저번처럼 답을 찾기 위해 흘러갔습니다. 여전히 화두의심은 거칠었으나 흘러가는 중간 중간에 제 팔을 들었다 놓았다 하기도 하고 목을 회전시키기도 하며 상체를 굽혔다 폈다 하기도 하였습니다. 성난 소 등에 타고 있는 듯이 화두 의심은 거칠게 움직였고 괴로운 기운들도 몰려 왔기에 이를 몸으로 받아 내는 것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화두 의심은 일정한 굴곡을 형성하면서 흘러갔습니다. 화두 의심이 흘러가는 파장과 이에 수반하여 움직이는 몸을 보면 지난번에 갔던 길 중 이번에는 어디 쯤 가고 있는지가 느껴졌습니다.
하루는 10시간 이상을 화두의심을 이어가고 있는 도중에 갑자기 화두 의심이 사라지면서 호흡이 끊어지는 경계가 왔습니다. 호흡이 끊어진 채 1분이 지나가고 2분이 지나가자 소름이 머리끝까지 돋았고,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제 안에서 엄청난 기운들이 소용돌이치면서 밀고 올라 왔습니다. 호흡이 끊어진 상황을 깨버리기 위해 거센 기운들이 파도가 밀려오듯이 계속해서 조금씩 뚫고 나왔습니다. 호흡이 끊어진 상태가 지속되자 8만 4000 세포들이 일제히 곤두서서 저를 괴롭혔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거센 기운들이 밀고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버티느라 힘들었습니다. 밀고 올라오는 힘이 얼마나 쎄든지 저는 좌복에 앉아 있다가 3m 정도 뒤로 튕겨 나갔습니다.
그리고 똑같은 경계가 다시는 나타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랬습니다. 그런데 다시 화두의심을 이어가면서 10여 시간 이상을 참구해 가자 또 같은 경계가 나타났습니다. “답을 찾으려면 백척간두에서도 진일보해야 한다”고 했는데 호흡이 끊어진 경계를 건너간다는 것은 쉽지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내심 호흡이 끊어지는 경계를 피해서 답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러자 화두 참구 중에 호흡이 끊어질 경계가 나타날 즈음에 이르러 몸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여전히 화두를 참구하다 화두의심이 사라지면서 호흡도 끊어졌지만 다른 한편으론 호흡이 끊어진 상태를 깨버리기 위해 밀려 나오는 강한 기운을 막기 위한 여러 가지 자세가 자동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그런 자세에서 마치 제가 경계를 건넌 것 같은 편안한 상황들이 연출되었습니다. 태풍이 지나간 후의 고요한 바다처럼 정말 마음이 편안하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스님께서 법회 하시러 서울에 올라오시자 저는 위와 같은 상황을 말씀드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잉어가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다가 떨어지고 또 다시 거슬러 올라가다 떨어지기를 수 십 번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올라가게 됩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당시 저는 도저히 제 힘으로 호흡이 끊어지는 상황을 극복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우회해서 답을 찾을 생각을 하였는데, 제 힘으로 안 되더라도 간절히 하다보면 도와주는 기운이 나타나 밑에서 쳐 준다는 말씀에 다시 정면 돌파를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화두가 사라지면서 호흡이 끊어지는 상황이 오면 온 몸으로 버티었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나가떨어지고…. 다시 화두를 들고 버티다가 나가떨어지고…. 저는 제 힘으로 안 되면 저를 도와주는 기운이 나타나 저를 밑에서 쳐 줄 때까지 계속 밀고 나가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하루 종일 화두 의심이 지속되어야만 호흡이 끊어지는 경계가 나타났는데, 갈수록 이 경계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단축되어 갔습니다. 이 경계까지 가능한 빨리 도착해야 비로소 답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한 번 더 생기므로 마음이 조급해 졌습니다. 마음이 조급해지면서 화두의심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 저는 선방 벽에 몸을 최대한 밀착시켰습니다. 그러자 화두 참구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할 즈음에 밤에 잠을 자기 위해 자리에 누우면 먹구름처럼 느껴지는 기운들이 얼굴 위부터 등 뒤까지 몰려다니면서 제가 잠자는 것을 방해하였습니다. 그래서 며칠간은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하였습니다. 그 날도 역시 먹구름 같은 기운들로 인해 잠자는 것을 포기하고 방에 앉아 화두를 들었는데, 10분도 안돼 호흡이 끊어지는 경계가 왔습니다. 다시 들면 5분도 안 걸리고 심지어는 화두를 들자마자 호흡이 끊어지는 경계가 왔습니다. 호흡이 끊어지는 경계에서 버티려면 젖 먹던 힘까지 다 사용해야 하고 온몸의 신경이 끊겨 나가는 것 같이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래서 한 번 튕겨 나갈 때 마다 몸은 기진맥진 되었습니다. 새벽까지 호흡이 끊어지는 경계에서 튕겨 나가기를 수 십 번 반복하였습니다. 경계에서 느끼는 고통의 강도가 커질수록 혹시 이러한 경계가 답을 찾는 것과는 무관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떠올랐고 스님은 화두 공부하다가 잘못되는 일은 없다고 하셨는데 혹시 잘못하다가 정말 죽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었습니다. 스님이 곁에 있으면 찾아가서 직접 물어 본 뒤 화두를 들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이래서 화두 공부할 때 부처님 법에 대한, 선지식에 대한 ‘대신심’이 필요 하구나 느꼈습니다.
9월 중순에 추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고향집에 다시 사법시험 준비한다고 말씀드리고 계속 화두 참구를 하였습니다. 초보자 반에서 혼자 앉아 있는데 지나가는 차 소리, 창문 밖에 있는 참새 소리까지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여전히 화두는 잘 들렸고 의심도 지속되었습니다. “고양이가 쥐를 잡으려면 쥐구멍 밖에서 꼼짝 않고 기다려야 합니다. 그래야 쥐를 잡습니다. 답을 찾기 위해선 화두 의심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라는 스님 말씀을 생각하고 다시 화두를 들고 똑같은 지점에 다다라서는 가만히 화두 의심만 지켜보았습니다. 그러자 아무 일 없는 듯이 그냥 흘러만 갔습니다. (계속)
2006-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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