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앞둔 아들의 분가 선언에 배신감
‘주인공’에 믿고 맡기니 원망심 사라져
모든 문제 자신 안에 있다는 것 깨달아
“믿고 놓아라, 놓는 만큼 얻어지고 나아갈 수 있다.”
수시로 듣는 말이었지만 내 자신을 보는 것보다 더 어려운 과제였습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주인공, 근본자리가 있다고 합니다. 그 근본에서 모든 것이 나오므로 즐거움이든, 괴로움이든 올라오는 그곳에 다시 맡기라고 합니다. 맡기라고는 하는데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맡기는 것일까?
상대에게 지갑을 주며 ‘가지고 있어’ 하듯이 주는 것일까? 그러면 상대는 어떻게 받는 것일까? 그 다음은? 말만 맴돌 뿐 감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무조건 해보았습니다. 무식하다고 여길 만큼.
제 아들은 제가 마음공부 하는 데 큰 공부자료입니다. 아들과 사소한 문제에서부터 중요한 일들에 이르기까지 매번 부딪칠 때마다 제 모습을 돌이켜 봅니다. 때론 분노에 휩싸인 제 모습을 보면서 좌절도 여러 번 하면서 ‘내가 마음공부를 하기는 하는 것인가?’ 하는 회의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작고 가벼운 흔들림은 보는 것만으로도 잦아들었는데 강한 분노, 두려움 등은 쉽게 잦아들지를 않았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결혼 준비를 하고 있던 아들 녀석이 폭탄선언을 했습니다.
“엄마! 결혼하면 우리 따로 살면 안 될까? 아무래도 내 각시가 불편하지 않겠어. 그러니까 엄마가 양보하면 어떨까?”
기가 막혔습니다. 어떻게 키운 아들인데…. 그런 아들이 내던진 말 한 마디에 하늘이 내려앉는 기분이었습니다. 한 달간을 아들과 말을 않고 살았습니다. 수행이고 뭐고 할 것도 없이, 오직 제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아들에 대한 배신감과 원망이었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품안 자식이란 말이 이런 것일까?’ 이런 생각들만 곱씹고 또 곱씹었습니다. 고통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커져만 갔습니다.
고민 끝에 저는 부처님께 매달려보았습니다. 그래서 굳건하게 믿어지지 않던 주인공 자리에 무조건 맡겨 보았습니다. 자신을 본다고 하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내 감정에 묻고 또 대답했습니다.
‘그래 부처님 자리가 있다고 했지, 이 분노와 미움도 그곳에서 나왔을 테니까 도로 가져가라고 해야지. 문제도 그곳에서 만들었으니까 당연히 그곳에서 해결해야 하잖아. 주인공! 지금 너무 힘들잖아, 모든 것이 부드럽고 원만하게 되도록 네가 해결해 봐!’
그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내 마음에 부탁했습니다. 사실 그것이 옳은 방법인지, 제대로 하는 것인지 따져볼 생각 없이 조급한 마음에 머릿속으로, 마음으로, 입으로 ‘주인공, 주인공’을 속삭였습니다. 때론 너무 힘들어서 될 대로 되라 하는 마음이 올라 올 때도 있었습니다. 아니 아들에 대한 원망심은 더욱 치성해졌습니다.
주인공이고 뭐고 할 것도 없이 솟아오르는 감정을 아들에게 쏟아버릴까? 아니면 아들과 의절하고 살까? 원망심은 가져서는 안 될 마음까지 들게 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마음을 진득하게 가다듬었습니다. 그렇게 집중해서 놓는 연습을 해보니 조금씩 상황이 잦아들었습니다.
어느 땐 제가 놀랄 정도로 분위기가 바뀌고 회복되는 경우를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정말 주인공 자리가 있나보다’ 하는 믿음이 조금씩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주인공에게 무조건 믿고 맡겨야지 내 욕심이나 집착 등이 개입되거나 또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어떤 결과든지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사무치게 알게 된 것입니다. 우리의 사리분별을 떠난 그 상태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믿고 따라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처음에는 그런 믿음을 갖지 않았습니다. 스님과 법사님께서는 항상 제게 “일단 해보세요, 한만큼 자기 것이 되고 해보아야 안다”고 누누이 말씀하셨습니다. 의구심과 견고하지 못한 제 신심이 문제였던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자책의 순간이 반복되면서 그만두고 싶은 마음도 솟아올랐지만, 무작정 스님과 법사님의 말씀을 믿고 따르며 마음공부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알게 됐습니다. 모든 문제는 자신에게 있고 자신을 보는 순간 그 문제는 스스로 사라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또한 그 해답도 자신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내면집중을 통해서 지금까지 남에게서 왔다고 느껴지던 문제가 자신 안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니 밖을 향해 있던 원망의 마음이 줄어들면서 내속의 허물을 벗는 것이 더 중요하게 되었지요. 과거에는 자신의 잘못을 없앨 마음만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을 실행하는 힘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니 주변이 밝아지고 특히 식구들 모두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감사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불성을 가진 부처님의 존재라고 합니다. 그러니 부처님께서 모두 알아서 할 일을 내가 좌지우지하면서 통제하고 분별심으로 대하기만 했으니, 그런 습관과 업력에서 벗어나는 일이란 좀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지요. 하지만 모든 것은 부처님 자리에 맡기고 저는 제자리에서 최선을 다 할 밖에요. 또한 제가 제 자신을 살펴보니 자기 공부수준에 따라 자기에게 걸려있는 집착이 경계로 오는 듯합니다. 자기 수준에 따라 그때그때 문제가 온다면 본인 수준에서 충분히 풀고 갈 수 있겠지요. 그러니 그때마다 넘어서야겠지요.
분별심이 일어나고 마음이 복잡해질 때가 곧 자신을 세세히 살피면서 놓고가라는 신호일 테니까요. 더 열심히 할 기회이겠지요. 그때 더 마음의 심지를 굳건히 하겠습니다. 제 다짐입니다.
부처님은 마음 밭을 가꾸는 농사꾼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부처님 법을 만나게 된 것이 가장 큰 복이라고 생각하며 이제 거짓 자기의 마음을 완전히 갈아엎고 부처님이 그 자리를 차지하도록 수행 정진하며 사는 삶이 제 모습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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