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70. 4.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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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아닌 인연을 따라 (상)/강호범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신앙에 대해 고민할 무렵 현각 스님 만나
관세음보살 정근 후 마음의 고통 사라져
“깨달음 위해 정진하라” 가슴 깊이 새겨

저는 요즘 그동안의 직장 생활을 마무리 짓고 제 자신의 사업계획을 구상하며 틈틈이 봉은사 청년회 도반들과 연꽃등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마음의 여유가 생겨 봉은사 도량을 한 바퀴 돌고 도량 주변을 휘 돌아봅니다.
봉은사…. 참으로 아름다운 도량입니다. 도시 빌딩 숲 안, 푸른 산자락 터에 자리 잡은 도량 봉은사. 이 안에서 불법을 배우고 수행하여 도반들과 좋은 인연을 맺는 제 자신을 생각하니 잔잔한 감동이 밀려오더군요.
저는 지난 과거, 묘한 불법과의 인연으로 여기까지 오게 되었고 그 때의 경험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봉은사에서 활동하기 전, 저는 순간순간 많은 깨우침을 얻었습니다. 저의 아련한 과거이며 추억이고 만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지난 과거의 아름다웠던 젊은 날을 글로 남겨보고 싶어 펜을 들었습니다.

7년 전, 저는 익명의 사회 봉사자였습니다. ‘인간을 소중히 하는 마음’을 안고 밝은 세상을 꿈꾸며 몸으로 실천하기를 좋아했던 익명의 봉사자.
그런데 사실 그 때 저는 불교 신자가 아닌 가톨릭 신자였습니다. 그 당시 저의 소망은 이웃으로부터 소외받은, 가난과 배고픔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신의 사랑을 나누어 주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 성당에서 혼자 몰래 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들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말입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사랑과 예수님의 진리를 알게 해달라는 눈물의 서약과 더불어….
그 뒤로도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지만 어느새 신앙으로부터 멀어지게 됐습니다. 거기에는 하나의 계기가 있었습니다.
저는 신학 안에서 제가 찾았던 진리를 이해할 수도 찾을 수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신앙 안에 있다고 믿었을 당시에는 그것을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일단 그 마음이 사라지자 제가 여태까지 꿈꿔오고 믿어왔던 삶이 하나의 꿈, 환상이었던가 싶었습니다. 정말 제 정체성을 모두 잃어버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모든 것이 그냥 꿈이구나…. 그냥 난 보통 평범한 사람으로 살리라.’
저는 어쩌면 그 당시 마음에 자유가 없는 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5년 동안 활동하던 그곳을 떠나서 다른 곳으로 가려다 보니, 제 주변에는 함께있던 친구들도 사라지고 갈만한 곳도 없어졌습니다. 오직 저뿐이었습니다.
그때 저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도움을 준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불교경전 <숫타니파타>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구절이 제 마음 속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신앙적 딜레마에 빠져 힘들어 할 때 도움을 주신분이 계십니다. 서울 화계사 현각 스님과 화계사 국제선원의 여러 도반들입니다.
저에게는 소중한 분들입니다. 현각 스님 또한 미국에서 출가하시기 전엔 가톨릭 신자였습니다. 그런 점이 오히려 낯선 불교, 다른 스님들보다 심적으로 현각 스님을 가까이 여기게 한 것 같습니다. 저와 같이 가톨릭에서 구도의 길로 들어선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화계사에서 마음의 거처를 정하고 관세음보살 정근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마음속에 괴로움이 하나 떠올랐습니다.
‘내가 왜 절에 다니는가?’
‘전에 믿었고 사랑했던 신을 배반해야 하는 것인가?’
이런 생각들이 갑작스레 찾아와 마음에 고통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이었습니다. 스님의 관세음보살 정근 소리가 내 안에 깊숙이 들리더니 왠지 모를 편안함이 들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정말 많이 울고 싶었습니다. 하염없이 쏟아져 나오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울고 나니 마음의 고통이 눈물에 씻겨서 편안해졌습니다.
눈물의 관세음보살 정근 후 국제선원에서 현각 스님 법문을 듣고 난 뒤 스님과 말씀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현각 스님께서는 그 때 저가 가지고 있던 아상을 깨주셨습니다.
“신(God)!! 없는 걸 찾으려 하지 마세요.”
저는 그 때 숭산 큰 스님의 <선의 나침반>이라는 책을 읽고 있었기 때문에 스님 이야기를 이해 할 수 있었고 저의 생각이 진리에서 벗어난 망상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너의 신을 죽이지 못하면 참된 신을 만날 수 없으며 신은 이름도 모양도 없으며 말도 문자도 없다’라는 선(禪)의 가르침을 마음 깊이 새겨둘 수 있었습니다.

저는 올해 초, 계룡산 무상사에서 무심 스님께 ‘광공(光空)’이라는 법명을 받았습니다. 계룡산 무상사는 산수가 아름답고 수행하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법명을 받고 5일 정도 수행을 했습니다. 그곳에서 점심 공양 후 저는 사무실에 앉아 홀로 현각 스님의 <만행>이라는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봄에 다시 화계사를 찾아 현각 스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스님께 삼배의 예를 올리고 그 동안의 법명 받은 이야기를 하였더니 스님께서는 마치 자기 일처럼 좋아하시더군요.
제가 “스님을 스승님으로서 모시게 되어 행복합니다”라고 말하니 스님께서는 오히려 “저한테는 인생의 커다란 영광입니다”라고 말씀하셔서 저는 속으로 번쩍 놀랐습니다. 이름 높으신 스님께서 제게 이렇게까지 말씀해주실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는 생각했습니다. ‘아! 이것이 진정한 하심이구나. ’
말씀 도중 현각 스님은 저에게 출가를 권하셨습니다. 진정한 깨달음을 향해 용맹정진하라는 메시지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스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진정한 출가는 마음속의 집착함을 버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 이야기에 스님은 크게 웃으시더니 “훌륭한 생각입니다”라고 말하셨습니다. (계속)
2006-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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