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70. 4.25 (음)
> 종합 > 기사보기
내 삶의 큰 가르침 (상)/황용순 (서울시 관악구 신림2동)
남편의 외도·가족간 종교차이에 갈등
도심포교당 다니며 독경·정근 열심히
법성 스님이 쓴 책 읽고 삶의 용기 얻어

어릴 때는 종교라고 하면 성당을 떠올리며 동경하기는 했지만, 종교에 대해 특별한 관심은 없었다.
부모님께서는 명절과 생일 때 몸가짐을 단정히 하시고 상 위에 경(經)을 한 권 올려놓고 독경하곤 하셨는데, 지금 생각하니 아마도 불교에 관한 경전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어떤 인연에서인지 부모님은 지금 교회에 다니시는데, 가족들이 모일 때면 서로가 상대방의 종교를 존중해 종교에 관한 이야기는 되도록 하지 않는다.
나는 학교 졸업 후 간호사 생활을 하면서 입원환자의 중매로 지금의 남편을 알게 돼 결혼했다. 하지만 십여 년쯤 지난 후 남편의 바람기가 일기 시작했다. 나는 배신감과 회의와 고통으로 절망했고, 너무나 힘겨운 상황이었기에 이로 인해 나 또한 남편을 많이 힘들게 했다. 한 3년 정도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며 지내는 동안 이혼도 수 없이 생각했고 삶이 힘겨워 잠도 쉽게 이룰 수가 없었다.
더 이상 내겐 버틸 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해 철학관도 가보았고 용하다는 무당을 찾아가기도 했다. 그곳에선 남편이 도화살에 홍염살까지 있어서 그런 것이라며 앞으로도 몇 년은 더 지속될 것이라 했다. 하지만 아이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차마 이혼은 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나를 지탱해줄 그 무엇은 없을까? 이런 고민 끝에 종교를 생각하게 되었다. 친정이 교회에 다니니 교회에 가볼까, 시댁은 천주교 영세를 다 받았으니 성당에 가 볼까 갈등을 했지만 그것도 내 맘대로 되질 않았다. 시아버님이 고혈압으로 쓰러지신 뒤 중풍으로 3년 고생 끝에 돌아가셨고 그때부터 시댁에서는 성당에 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분이 절에 다녀온다면서 우리 매장에 들어오셨다. 나는 그때만 해도 절이라고 하면 산속에나 있는 줄 알았지 도심포교당이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절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더니 얼마 되지 않는 거리에 있었다. 그날 저녁에 바로 그 절에 찾아 갔다. 절에는 비구니 스님이 머물고 계셨고 4시간가량 스님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뭔가 해답을 찾을 수 있을 듯해서 마음의 결정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부터 불교와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그 당시에는 시어머님께서 1년에 2~3차례 정도 무속집을 찾아 다녔다. 마음속으로는 ‘이건 아닌데’ 하면서도 가실 때는 돈을 챙겨 드렸다. 정초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의지 삼아 찾아가시는 것을 어찌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서도 나는 계속해서 절에 나가면서 스님과 대화를 많이 했고 조언해주시는 대로 하기 시작했다.
스님은 나에게 <지장경>을 주면서 지속적으로 경을 읽고 지장보살님을 염하라고 일러주셨고, 매일 독경과 정근을 꾸준히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내가 절에 다니며 불교 공부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화를 내며 어머님이 계시는데 무엇 하러 그런 것을 하냐며 야단을 했다. 그때만 해도 남편은 불교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스님은 이 문제로 남편과 부딪치지 말고 남편이 없는 틈을 이용해 절에 다녀가라고 일러주셨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시어머니는 뿔 달린 소 두마리가 달려와 자신을 받아버리는 꿈을 꾸었고, 다음날 장독대에서 넘어져 허리를 다치게 됐다. 그 후 시어머니는 무속집과 멀어지게 됐다. 지금 와서 보니 신중님께서 삿된 기운을 막아주시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토록 부처님의 정법 앞에선 그 어떤 삿된 기운도 힘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하루는 스님이 책을 한 권 주시면서 읽어 보라 하셨다. <마음 한 번 돌리니 극락이 예 있구나>라는 주지 법성 스님이 쓰신 책이었다.
법성 스님의 어머니는 독실한 불자였지만, 스님은 당시 이화여전에 다니며 교회에 나갔고 어머니를 전도하려고 무척 애를 썼다고 한다. 스님은 변호사 남편을 만나 결혼했지만, 곧 큰 병을 앓게 돼 생사의 고비를 넘겼다고 한다. 온갖 병원을 전전했고 하느님에게도 매달려 보았지만 병이 낫지 않자 친정어머니는 큰스님과 상의 끝에 스님을 절에 데려갔다. 몸을 잘 가누지도 못하는 스님을 지게에 지고 절에 모셔갔더니 큰스님은 3일 기도를 시켰다고 한다. 스님은 잘 걷지도 못하는 상태였지만 거의 기다시피 하루 두 번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며 3일 기도를 마치고 나니 꿈에 단아한 여자분이 나타나서 감로를 주었다고 한다. 그 물을 받아 마시고 난 후 화장실에서 온갖 독소를 다 쏟아버리자 몸은 기적같이 다 나아, 그 뒤로 부처님의 제자가 됐다는 내용이었다.
아! 불교가 이런 것인가 보다. 부처님의 가피가 이렇게 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그때부터 더욱 열심히 기도하기 시작했다. 스님이 겪은 힘든 고통을 생각하니 무엇인들 못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스님은 나에게 천도재를 한 번 해보라고 해서 <지장경>을 읽고 100독, 200독, 300독을 읽고 계속 천도를 했다.
마지막 300독을 하고는 천도재를 올리는 날 절 마당에서 여러 보살님들과 설거지를 하는 꿈을 꾸었다. 그때 절문이 삐걱하고 열리는 소리가 들렸는데 사람은 없고 문소리만 들려서 가보았더니 대문 바로 안쪽에 누런 큰 개가 한 마리 들어와 엎드려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꿈에서도 나는 손을 저으며 “너는 여기 오면 안돼 어서 가라” 하면서 손을 흔들었다.
그랬더니 큰 개는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슬금슬금 절문 밖을 나갔다. 개를 따라 나가보니 저 위의 절에서 네 발 달린 온갖 짐승들이 한 무리를 지어 절에서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한참 동안 그것을 바라보다가 잠에서 깨어났다.
꿈에서 깨어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동안 시어머니다 무속집에 다니며 온갖 잡귀들을 다 불러들여 집안이 시끄러웠는데, 이제야 그 잡귀들이 집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우연인지는 몰라도 남편이 달라지기 시작했고, 우리 가정은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계속)

2005-08-10
 
 
   
   
2026. 6.10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