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70. 4.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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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신행수기 입상작특별상(관음종 총무원장상)-달라이라마를 가까이서 뵈며/최영숙 (경남 창원시 남양동)
관정식에서 관음보살의 자비 느껴…평생 이타행 발원

2001년 12월은 달라이라마께서 처음으로 한국불교신도들을 위해 관정을 베푸신 달이다. 관정이란 관세음보살님의 공덕을 칭송하고 진언을 외우며, 내 자성신이 관세음보살님으로 되는 것을 느끼면서 보살계를 받는 것이라 한다.
나는 그 행사에 동참하기위해 델리에서 승용차로 12시간을 달려 다람살라에 도착했다. 다람살라, 두 번째 가보는 곳이다. 인도에서의 첫 여행지가 여기였다. 달라이라마가 계신 왕궁이 있는 곳은 메크로 관저이다. 아마 제일 위에 자리 잡고 있는 듯 했다.
다람살라는 티베트인들이 중국에게 주권을 뺏기고 인도로 망명을 와서 살고 있는 곳이다.
티베트인들은 한 가정마다 스님을 한분씩 출가시키기 때문에 다람살라 그 자체가 수행의 장소로 여겨질 정도로 자줏빛 가사를 걸친 스님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염주를 목에 걸거나 손에 쥐고 있는 모습, 항상 염불을 중얼중얼 외우고 있는 모습들에서 작은 불교왕국이란 느낌이 든다. 사방을 두르고 있는 산꼭대기엔 하얀 만년설이 덮혀 있고, 새벽이면 개들이 몰려다니며 짖어대는 소리도 우리의 불성을 흔들어 깨우는 소리로 들리니 가히 종교적인 곳이라 생각된다.
그 맑고 맑은 기운을 받으며, 우린 달라이라마께서 직접 관정을 주시는 예비 관정식을 받기 위해 절로 향했다. 1997년에도 난 다람살라에 왔었다. 많은 고생 끝에 도착한 이곳에서 난 그 분이 다른 나라로 설법하기 위해 차를 타고 떠나시는 뒷모습만 볼 수 있었다. 망연자실 서 있으니 달라이라마를 뵙기 위해 튀니지에서 16시간 비행기를 타고 왔다는 외국인 부부가 말을 걸었다. 그 때 그 부인은 달라이라마를 먼발치에서 보고는 환희심에 젖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난 그 때까지도 달라이라마를 잘 몰랐기 때문에, 달라이라마의 무엇이 저 사람들을 저토록 환희심에 젖게 했을까 궁금했었다.
드디어 4년만에 나는 그 분을 뵈러 가는 길이다. ‘살아있는 부처’ 달라이라마를.
부처님께 올릴 하얀 비단을 손에 받쳐 들고 가는 내 가슴은 그 때와 같은 궁금증으로 뛰었다. 절로 들어가기에 앞서 테러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 검사를 받았다. 마침내 절로 들어선 순간, 경내에는 발 디딜 틈 없이 서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세계각지에서 모인 사람들과 티베트인들, 스님들이 중간에 우리들 자리를 남겨둔 채 빙 둘러앉아 각자 기도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 많은 사람들이 뿜어내는 에너지에 숨이 콱 막히는 느낌이었다. 자리가 다 갖추어지자 달라이라마께서 나오셔서 법단에 앉으셨다.
사진으로만, TV로만 뵙던 분을 직접 만나는 순간, 아! 난…할말을 잊었다. 나도 모르게 내 뺨엔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 성인의 모습은 저렇구나….
온 몸에서 저절로 뿜어져 나오는 자비심의 빛! 난 그만 눈물을 펑펑 쏟아내기 시작했다. 감격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그저 그 분 앞에 있다는 환희심으로 가슴은 뜨거워지기 시작했으니, 모든 번뇌가 다 씻겨 나가고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텅 빈 상태로 난 그 분을 만나고 있었다.
장장 5시간에 걸쳐 예비관정식이 치러졌다. 달라이라마는 간단히 인사를 끝내고 기도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불경을 외우고, 법문을 하고, 그 법문을 청정 스님과 설오 스님이 통역을 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한국 스님이 통역을 하면 우리들이 잘 알아듣는지 세밀하게 관찰하고 자세히 설명해 주던 그 분. 많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그 긴 시간동안 모든 이를, 한 사람이라도 더 부처님 법을 만나 열반으로 이끌고자 하는 그 애절함이 가슴에 와 닿았다.
자비롭고 순박한 눈길로 지극히 굽어 살펴보는 그 모습은 관세음보살 그 자체로, 힘들면 하품을 크게 하며, 아무런 걸림이 없이, 아무런 꾸밈도 없이 천진불 그 자체로 우릴 반겨주셨다.
티베트불교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예불을 시작하기 전에 몸과 마음을 청정히 한다는 의미로 갈마보병의 물을 돌린다. 우리 일행은 왼손바닥에 물을 조금 받아 오른손 손가락으로 물을 찍어 입을 몇 번 씻고, 귀, 눈, 코, 손, 배꼽, 머리에 바르고 물을 세 번 마신 후 입을 두 번 씻었다.
중간에 뜨거운 우윳빛 차를 돌리기도 했다. 기도가 끝나고 우리에게 길상초(갈대) 긴 것과 짧은 것 두 개가 주어졌다. 내일 본 관정식에 들어가기 전 좋은 꿈을 꾸라는 의미에서 내린단다. 긴 것은 침대 밑, 짧은 것은 베게 밑에 놓고 잠을 자라고 했다. 난 어떤 좋은 꿈을 꾸게 될까 하는 설레임에 밤새 신경이 곤두 서 선잠을 자야만 했다. 무엇이든 절로 되어야 좋은 것이지, 나처럼 욕심이 많으면 꿈도 제대로 꿀 수가 없나보다.
이튿날 오전에 걸쳐 본 관정식이 시작됐다. 우린 달라이라마를 관세음보살의 화신으로 생각하며 그 분이 이끄는 대로 관세음보살과 하나가 되는 명상을 시작했다.
부처님이 탄생하신 그 때, 천신들이 씻은 것처럼 청정한 하늘의 물로 그와 같이 저도 씻어주소서. ‘관세음’이라 이름불리는 항상 자비하심에 절 올리며, 모든 여래시여! 저에게 나투시어 관정을 주옵소서!
그렇게 관세음 보살의 자비를 느끼며, 모든 중생들을 이롭게 하고 평안케 하시는 그 분께 내가 쌓은 조그만 복일지라도 모두 원만한 깨달음에 이르도록 회향했다. 관정식이 끝나고 보리수 씨앗과 붉은 색 명주실이 주어졌다. 나는 한동안 팔찌처럼 묶고 다니면서 그걸 볼 때마다 그 분의 가르침과 자비심, 온화한 미소를 떠올리며 행복해했었다.
오후에 왕궁에서 달라이라마를 뵙고 질의응답할 기회가 주어졌다. 많은 분들이 평소에 궁금해 하던 점들을 물었는데, 모든 질문에 상세하고도, 친절히 답변해주셨다.
티베트에 자주 가시는 분이, 티베트국민들은 달라이라마를 뵙는 게 소원이고, 항상 그분이 계신 곳을 향해 눈물을 머금고 기도를 드린다며 국민들에게 전하실 말씀은 무엇이냐고 여쭈었다. 달라이라마는 “지금은 중국의 냉혹한 독재에 힘들겠지만, 티베트국민은 티베트만을 생각하지 말고 모든 중생들을 위해서, 적을 위해서도 걱정하며 기도를 하라”고 전했다. 대승의 나아갈 길도 설명했다.
어느 나이 드신 분이 ‘죽음의 두려움’에 관해 물어보자 “죽음이란 것은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며, 긴 여정에 있어 이생은 하나의 역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타종교에 대해선 근기에 맞게 선택된 종교를 존경하는 마음도 가져야한다고 했다.
인간의 의식세계에 대해서 말하며, 꿈속에서도 수행을 할 수 있는 정도가 되어야 중음신 상태에서도 나를 닦을 수 있다며, “참나를 찾기 위해 제법무상을 항상 염두에 두고, 계·정·혜를 닦아 바르게 정진하라”고 했다. 남을 이롭게 하기 위해선 먼저 내가 이익 되도록 정진에 게으르지 말며, 보리심, 공성, 지견으로 모든 중생을 사랑하는 마음, 즉 애민심을 내야한다고 가르쳤다. 다람살라에서 우리 일행은 지극히 평화로운 마음의 화신이 되어 업과 번뇌, 장애를 맑혀서 항상 보리심에 젖어 있기를 바라며 떠나왔다.
그윽하게 풍겨 나오는 당신의 향기 전 잊을 수가 없답니다. 당신의 그윽한 눈빛 속에 모든 중생들의 마음이 무(無)로 돌아가며 당신의 환한 미소에 모든 중생들은 살이 찌옵니다. 모든 이의 아버지시여, 당신의 짐이 많아 어깨가 무거우심에도 그 짐을 마다않고 다 지시는 분이시여.
부처님! 제 마음 하나하나 모두 당신께 바치옵니다.
그 지혜, 그 자비 모두 구족하신 분, 부처를 이룰 때까지 귀의하옵니다.
나무 아미타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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