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70. 4.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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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찾아가는 길목 <중>/이정숙 (시인)
삼주 보살의 권유로 처음엔 별생각 없이 7일 기도를 시작했다. 자식과 남편에게 좋은 일 생긴다는데 누가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108배 기도를 마친 얼마 후 남편은 직장을 옮겼다. 가시적인 면에서는 직위가 높아졌으나 통념적인 면에서는 불안한 결정이었다. 소위 짱짱한 중앙 일간지 주간부 부장에서 거듭 실패만 하는 여성지의 편집장으로 갔으니 말이다.
“응, 그런 게 기도 공덕이다. 두고 봐. 그 회사 너네 꺼 될 테니….”
불안해서 찾아갔더니 삼주 보살은 장담을 했다. 남편의 회사를 옮기기 전이라면 말리기라도 했을 텐데… 어디 맞나 두고 보자고 별렀다. 그런데 반년도 못돼서 남편은 그 회사를 인수했다.
그 일은 나를 삼주 보살에게 푹 빠지게 했다. 그 집을 들락거리면서 어느새 나는 절수행에 길들여졌다. 108배에서 300배, 500배, 1000배, 3000배로 삼주 보살의 주문은 늘어났고 7일에서 21일, 100일로 기도일수가 늘어나면서 전국 기도처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내가 법당에 들어서기만 하면 기본으로 하는 절이 1000배였다. 철야정진은 늘 3000배 였을 정도로 몸에 배었다.
그때는 불법을 잘 알아서라기보다는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서 모두 한마음으로 기도하는 분위기에 매료됐었다. 여자로서 불혹을 넘기는 변환의 시기에 겪는 힘든 시간들을, 절을 끝내고 나면 흐르는 땀과 함께 가슴 가득 몰려오는 환희로 견뎌 나갔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기도 외박’을 눈감아 주는 남편이 있어서, 일상생활에서의 스트레스가 풀리는 효과도 한 몫 했을 것이다.
기도의 영험은 반드시 있다. 구체적인 형상으로 즉시 나타나지 않는다 해도 어느 시점에서든 그것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인지 기도도량에서는 그것을 ‘기도적금’이라 하기도 하고 ‘기도보험’이라고들 한다.
초발심자에게, 특히 나처럼 기초가 없는 불자들에게 절수행은 꼭 권하고 싶은 기도방법이다. 부처님께서 기도공덕으로 던져주신 결과로서가 아니라, 궁극에 가서는 마음 찾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자세와 힘을 다져주는 밑그림이기 때문이다. 당장 영험을 경험하지 않더라도 많은 시간 지나지 않아서 본인이 스스로 알고 느낀다.
기도도량을 순례하다 보면 전설따라 3천리 같은 영험담도 많다. 고시합격, 대학입시 합격, 건강회복, 송사문제 등의 성취는 기본이다. 내가 ‘전국구 보살’이라는 비아냥에도 개의치 않고 기도도량을 헤맸던 것도 실은 큰아들의 대학입시가 원인이었다. 그 공덕이었던지 3남매 모두 좋은 대학 나오고 원하는 삶을 잘 살고 있다.
“보살님은 어떻게 그렇게 절을 잘하세요?”
한자리에서 1000배를 거뜬히 해낼 즈음에는 이렇게 묻는 사람이 많았다.
“절을 하는 것이 제일 쉬워서요.”
사실 그랬다. 참선은 스님과 회색 옷을 근사하게 차려 입은 근엄한 보살들만의 것으로 보였고, 가만히 앉아서 염불을 해도 잡념이 밀려드는데….
참선을 시도해 보지 않은 것도 아니다. 가부좌를 틀고 앉으면 일상을 다 접어놓고 귀한 시간 뒤로 하고 왔는데도 가스밸브는 잘 잠궜을까, 문은 잠그고 잘까, 오늘 남편은 약속대로 일찍들어 왔을까 등등 망상이 끝이 없다. 그리고 웬 졸음은 그리 밀려오는지… 그런 것들을 견디기엔 절수행 이상 가는 방편이 없다.
절수행이 몸에 배면, 속도가 빨라지면서 스님의 목탁소리와 염불과 오체투지가 맞물려 돌아간다. 그때쯤은 팔다리도 가벼워지고 마음도 가벼워진다. 비 오듯 쏟아지는 땀조차도 서늘하게 느껴진다. 3000배를 마치고 법당을 나설 때, 그 뿌듯하고 가슴 벅찬 환희심은 이미 기도가 성취됐음을 스스로 알게 한다. 절 일념에 녹아 있을때는, 몸과 마음이 따로 없다. 그냥 움직이는 대로 몸을 맡기다보면, 어디에서고 맛볼 수 없는 마음자리와 내가 하나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게 된다.
아마도 절수행은, 이렇게 몸과 마음이 둘이 아니고 하나가 되는 환희심을 알리는 방법으로서 옛 선지식들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 아닌가 싶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호흡과 오체투지가 맞아떨어진 현상이고, 흔히들 말하는 ‘절삼매’의 경지가 바로 그것인것 같다. (계속)
2004-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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