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70. 4.25 (음)
> 종합 > 기사보기
[신행수기 당선작] 생각을 바꾸면 행복이 온다<상>
제9회 현대불교 신행수기공모
특별상 (총화종 총무원장상)
김갑숙 (서울 용산구 한강로 3가)

오늘도 부처님께 다가가고서 마음의 무명을 밝히기 위한 촛불을 켜고 향을 사른다. 천수경 독경과 108배, 관음정근을 하루도 거르지 않는 아침. 나는 부처님과 함께 한다는 자부심으로 생활해 왔으며 항상 마음의 평안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일이 생겼다. 주인으로부터 우리 가족의 생계가 달려있는 가게를 비워달라는 말을 듣게된 것이다. 12년 동안 아무 불편없이, 1년 365일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우리 부부는 개미처럼 열심히 뛰었었다.
그런데 계약만기를 한달 반 남겨 놓고 이렇다 저렇다 이유도 없이 비워달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날은 너무나 뜻밖이어서 그냥 무덤덤하기만 했다. 부처님께서 도와주시지 않을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지 않은가. 남편과 나는 막연히 어떻게 될 것이라는 생각만으로 서로를 위로하며 하루를 보냈다.
그런데 그 이튿날 아침에 일어나니 마음이 괜히 불안했다. 불안함 더욱더 증폭됐다.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여느 때와 다름없이 기도를 올렸다. 머리 속엔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생각만으로 가득 차서 기도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머리 속에 가게 생각을 가득 채운 채 기도를 드렸다.
두 눈을 감고 부처님께 ‘부처님 도와주세요, 제가 믿을 분은 부처님밖에 없습니다. 저희들이 가게를 하루빨리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고 간절히 기도드렸다. 두 눈을 감고 있는데 생각이 쭉 한 골목에서부터 넘어가다가 현재 우리가 임대하고 있는 가게에 가서 멈추었다.
점포를 비워놓은 지도 몰랐는데 왜 생각이 그곳에 가서 멈추게 된 것일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살고 있는 주인에게 물어봤다. 혹시 가게 내어놓았느냐고…. 그는 그렇다며 어떻게 알았느냐고 했다. 어제 복덕방에 내 놓아서 아무도 모르고 있는데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었다. 순간 환희로움인지 이제 살았다는 안도감인지 모를 감정에 휩싸여 가슴이 뛰었다.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우리는 어쨌든 우리가 그 가게를 얻겠노라고 했다. 두말도 하지 않고 그러라고 했다. 우린 구두로 계약을 했다. 이렇게 쉽게 가게를 얻게 될 줄은 그 누구도 몰랐었다. 남편도 몰랐다. 남편한테 계약서를 쓰고 오라고 하니 내어 놓은지도 모르는 가게를 어떻게 얻게 됐냐며 의아해 했다. 그러면서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부리나케 계약서를 쓰고 와서는, 내 두손을 꼭 잡으며 ‘당신 때문에 산다’며 고마워했다. 그런 남편의 모습을 보니 비록 하루였지만 그의 걱정이 얼마나 깊었는지 짐작할 수가 있었다.
모든 것이 부처님의 가피라 생각한다. 내가 불자가 아니었더라면 그 순간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니 더욱더 열심히 기도정진하며 신실하게 생활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주위 모든 이들께서 우리가 가게를 이사하던 날 진심으로 축하해 주셨다. 열심히 살고 악하게 살지 않으니 이렇게 가게를 쉽게 얻을 수 있었고, 일 또한 어렵지 않게 풀린다며 진정으로 축하해 주셨다. 너무나 잘 되었다고….
우리 부부도 고마운 분들께 조금이나마 보답하기 위해 더욱더 열심히 생활하자며 다짐하고 약속했다. 그리고 불자로서 조금도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겠다고 가슴 속 깊이 맹세했다. 그 동안 ‘나’만 알고 욕심으로 가득찼던 내 마음에 변화가 온 것인지, 나는 비로소 주위를 돌아보게 됐다. 그래서 가장 먼저 가까이 사시는 동네 노인정에 조금이나마 성의를 보이자고 조심스럽게 남편에게 얘기했다. 그랬더니 남편 역시 그런 생각을 했다며 어떻게 둘이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느냐며 좋아했다.
우리 부부는 마음을 내어 노인정에 계시는 노인들께 대접을 해 드렸다. 노인들이 그렇게 좋아하실 수가 없었다.
조그마한 마음으로 낸 행복이 이렇게 크게 다가올 줄 몰랐다. 이제 나만 챙기고 생활하기보다 주위를 돌아볼 줄 아는 마음을 갖자고 다짐했다. 그런 마음으로 생활하니 몇 푼 돈이 아깝기는커녕 깊은 뿌듯함으로 마음이 충만해졌다.
전에는 나눠줄 줄도 모르고 꽉꽉 채우려고만 했었다. 그런데 스님들께서는 항상 비우라 하신다. 법문을 듣거나 책을 읽으면 항상 비우라, 비워야 채울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채워진 그릇은 채울 수 없고 채우려 하다보면 넘치게 되지만, 비우면 다시 깨끗한 새것으로 채울 수 있다며 항상 비울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강조하셨다. 그래서 비우려 노력하다 보니 주위를 돌아보게 됐고 작은 실천으로 가슴뿌듯한 행복을 얻게 됐다. (계속)

신행수기 일년내내 받습니다
삶을 살아가면서 가슴속에만 꼭꼭 담아두었던 감동깊은 신행체험들을 진솔하게 적어 보내주십시오. 연중 접수한 신행수기 가운데 우수작은 신문에 연재하며, 연말에 최종 심사를 거쳐 시상합니다.

● 주제: 신행 및 수행 체험, 불심으로 고난을 이겨낸 이야기
● 분량: 200자 원고지 30매 안팎(A4용지 4장)
● 접수처: (110-170) 서울시 종로구 견지동 110-33 현대불교신문사 편집국 신행수기 담당자
● 문의 전화: (02)722-4162
● 인터넷 접수: thatiswhy@buddhapia.com
2004-03-17
 
 
   
   
2026. 6.10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