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70. 4.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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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수기 당선작]그리운 님 황금의 동상 <중>
제9회 현대불교 신행수기공모
특별상 (관음종총무원장상)
박길복 (제주시 용담3동)

부처님의 봉안, 관세음보살의 권선. 부처님을 편안히 모실 도량 정리에 친구와 나는 손끝의 정성마저도 놓칠세라…. 스님의 말씀은 곧 부처님의 말씀이었고 그 안에서는 눈치도 멸시도 싸움도 질투도 없었다. 그곳은 정말 신기하게도 오묘하고 그윽한 향기로움만이 가득한 곳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향기로움을 혼자만 갖기가 너무나 미안해서 이웃에게 전하느라 바빴고 행복이란 울타리 속에서 하얀 연꽃을 피우고 싶은 소망만 키우고 있었다.
그러나 그 소박한 아녀자의 간절한 기원도 조금씩 시기·질투로 사장되어갔고, 사랑하는 친구들, 사랑하는 이웃들, 나의 영혼을 달래주고 따뜻한 체온을 주셨던 황금의 그리운 님까지도 잊어야 하는 힘든 연습을 해야만 했다. 오직 나에게 남은 것은 혹독한 가슴에 상처만이….
그럼에도 그 긴 연습은 3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외로움과 소외 속에서 눈물로 세월을 보냈다. 얼마나 슬피 울고 방황했는지! 늘 눈이 퉁퉁 부어있었다. 그러면서도 늘 그리운 님을 향한 나의 애틋함은 식을 줄을 몰랐다.
그러나 살아남아야 할 가치마저 잃었던 세파라는 용광로 속에서도 진리가 있음을 알게 해 주셨다. 상처투성이가 된 깨진 그릇이지만 나의 그릇에 채울 수밖에 없는 것들을, 그 이유를 알게 해 주셨다. 이 변함없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귀의할 수밖에 없는 길이었음도 알게 해 주셨다. 그 속에서 나는 종교에 대한 철학을 정립했다.
첫째, 사람이 되어야 한다. 둘째, 교리를 알아야 한다. 셋째, 행이 없는 수행은 스승으로서나 불자로서 자질이 없다. 위 세 가지 덕복이 결여된 사람은 곧 부처님께 부끄러운 제자임을 일깨워 주셨다. 그래서 방황의 늪에서 만신창이가 된 나의 의식을 추스려 거룩한 부처님께 불멸의 통곡으로써 마음의 출가를 엎드려 청하였다.
“다음 생애는 반드시 이 모진 세파에서의 고(苦)를 뛰어넘어 고통받고 있는 일체 중생을 위해 함께 울어주고 그들의 아픔을 한량없이 함께하는 이, 윤회의 수레바퀴를 잘 굴려 더불어 삶을 즐길 줄 아는 지혜로운 불자가 되어야겠다”는 대발원을 세우게 되었다. 한 조각 구름마냥 소식없이 그림자 없이 재 발심으로 무장하여 다시는 절대 동요됨이 없는 수행자가 되어겠다는 비장한 각오도 하게 됐다. 스님의 법문이 있다면 만사 제쳐놓고 오직 부처님 법을 만나는 것이 황홀해서 그 이치에 감복 또 감복하며 가르침대로 몸소 수행했고 그것이 곧 행이며 신심인 것도 훗날 깨닫게 됐다.
백일기도에 천일기도 입제. 기도 회향에서 오는 지혜는 바람결에 날아드는 꽃향기 같은 것이었다. ‘불교가 곧 생활이다’라는 스님의 말씀이 조금도 거짓이 아님을 확인했다. 수행이 없는 하루는 나에게 존재하지 않은 삶이었고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혀에 가시가 돋는다”고 했듯이 하루라도 부처님과 함께 하지 않은 나는 마음에 가시가 돋았다.
하루의 시작은 부처님과 함께! 그 속에서 나의 지친 삶을 희망으로 인도하여 주셨다. 그 진리의 맛은 너무나 황홀했고 그 어떤 학위도 부럽지 않았으며 이 진리의 공부야말로 최상의 가치라 생각됐다. 이 행복한 메시지에 혼자만 취하기가 너무나 벅차 영원한 동반자에게,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전했다. 그들 역시 감화되어 진리에 귀의했다. 권속을 가장 먼저 제도해야 함이 첫째 덕복이라는 가르침에, 안개비에 옷 젖는 이치 속에서 많은 기다림과 인내의 세월을 보냈다. 불자로서의 덕복을 잃지 않기 위해서, 예쁜 공주의 완성된 인격체를 위해서 혹독한 참회의 수행 정진을 했다. 그것 만이 자신을 위한 겸손의 행이었다.
불혹의 나이에 부처님을 친견한 나는 온통 부처님께 매달렸고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예쁜 딸이 착한 인격체가 돼서 부처님께 귀의하기를 바라는 시간은 행복함과 고행 그 자체였다.
어느 날 신행단체와 도내 성지순례를 가게 됐다. 모든 일을 미루고 부처님 찾아뵙는 일이라니 소풍가는 어린 소녀의 설레이는 순박함으로 맛있는 김밥을 싸고 여러 불자들과 함께 대형 버스에 올랐다. 나의 고향에 그렇게 많은 부처님이 계신 줄은 몰랐다. 찾아뵈는 부처님의 모습을 보니 내 입가에 웃음이 살짝 흐른다. 재미있게 생긴 모습과 무섭고 인정없이 보이는 모습, 그리고 자애로운 모습을 갖춘 분. 가장 호기심이 일었던 분은 양 옆에 긴 막대를 잡고 앉아 계신 분, 멋있는 왕관과 빛나는 목걸이와 하늘거리는 옷자락으로 치장한 자비스러운 모습의 그 분들이었다.
황금의 동상 모습으로 지그시 눈을 내려 우리들을 살짝 훔쳐보시는 그 분이 그저 좋을 뿐이었다. 여러 불자들이 이런 저런 모습을 함께 하며 돌아오는 길에 남쪽나라 부처님께 반해 버렸다. 마침 천일기도 중이라 200일이 되는 그날은 당신께 삼천 배 절을 올려 나의 간절한 발심을 인가받으리라는 약속을 올리고 돌아왔다. 바쁜 일상에서 드디어 그 날이 왔다. 천일기도 이백일 꽃바구니 예쁘게 가슴에 안고 새벽 2시 북극에서 남쪽나라로 훨훨 날아간다. 새벽 두시부터 이어진 부처님과의 결투는 목마름과 용맹스러움과의 사투였다. 아홉 시간의 부처님과의 인가는 하얀 연꽃을 한 아름 안겨 주셨다.
그러나 녹초가 된 나의 수억의 세포들은 남쪽 나라의 산들 바람에 취해있었고 황홀하다고 야단법석들이었다. 그 향기로움에 취해서 남쪽 나라 부처님을 잊고 있었고 마음의 눈으로 그리워 할 뿐.
그러던 어느 날 정월 보름이라면서 동안거 해제날 같이 가잔다. 우연히 접한 사분 정근 기도 스님의 배려. 재가불자로서 선방스님들과 간접체험을 하고 싶다는 처절한 나의 소망과 바램이 기도결제 입제로 이어졌다.
백일기도, 동안거 결제기도 입제. 제주의 아름다운 해안가 용두암 북극에서 5해발 800m 남쪽 나라를 달려가기를 수 차례. 아스팔트길은 얼음 빙판 안개 속의 미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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