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현대불교 신행수기공모
특별상 (한국불교종단협의회장상)
정상구 (청주시 주성동)
눈물 젖은 빵을 먹게 된 집안의 해결사 역할을 자임하고 동생이 경영하던 주유소에서 새롭게 출발한 내게 있어, 사회는 더 이상 순탄하던 직장인 시절의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집안이 어렵다는 것을 소문으로 안 이들은 내가 그 어떤 부탁이라도 해 올까 하는 염려에서인지 수화기에 들려오는 목소리는 공허한 메아리처럼 멀고 작아져 갔습니다. 연일 찾아오는 채권자들과 원금 기준의 해법을 놓고 때로는 아귀다툼을 하고 때로는 설득을 하며 해결하는 일은 지금까지의 삶에서 전혀 경험하지 못한 어렵고 힘든 일이었습니다. 하루하루의 삶이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정도로 점점 힘에 부쳐가더니, 끝내는 어머님의 산소까지 경매로 넘어가 이를 다시 찾아오는 눈물의 세월을 보내야 했습니다.
가을걷이가 끝난 늦가을 어느 날이었습니다. 한 해동안 농사일을 하느라 고생이 많았던 동생과 함께 두타산 자락에 위치한 천년 고찰인 영수사엘 갔습니다. 부처님 전에 불공을 드리고 하룻밤을 산사에 머문 우리 형제는, 이튿날 아침 공양시간에 선림사에서 오신 법용 스님 일행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습니다. 법용 스님을 만난 것은 우리에겐 더 없는 커다란 행운이었습니다.
법용 스님께서는 그 동안 우리가 걸어온 눈물로 얼룩진 딱한 사연을 다 들으신 다음 흡족한 미소를 지으시더니, 그 자리에서 동생을 제자로 뽑아주셨습니다. 동생의 출가는 이처럼 피눈물나는 시련과 역경을 겪은 뒤 얻은 부처님의 값진 선물이었습니다. 어린 3남매를 둘째 형인 우리 부부에게 입양시킨 동생은 무더운 어느 여름날 눈물 속에 속세를 떠나, 지금은 학인 스님이 되어 부처님 전에서 열심히 용맹 정진하는 수행을 하고 있습니다.
주유소에서 일하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자동차를 닦는데 문득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었습니다. 세차를 할 때 오시는 분들의 마음까지도 신바람이 나고 희망이 생기는 마음으로 바꾸어 드렸으면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음악, 미술, 역사, 문학, 철학 등 지금까지 공부한 내용을 잘 조화시키면 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불교에서는 화장실을 ‘근심을 없애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해우소(解憂所)라 부릅니다. 그 해우소란 이름에 착안하여 세차장 이름을 ‘해회처(解悔處)’라 지었습니다. ‘해회처’는 일상의 스트레스는 신바람으로, 나와 같이 시련과 역경에 처한 분들의 우울함은 희망으로 바꾸어 드리고 싶은 작은 소망에서 그렇게 지었습니다.
어릴 적 뛰놀던 고향의 그림. 나이아가라 폭포 사진, 어두침침한 등잔불 옆에서 어머님이 바느질하는 모습의 사진과 양주동 작시의 어머님 마음 노랫말, 동해에서 힘차게 떠오르는 일출 사진, 그리고 천년이 넘어도 변하지 않는 충북 진천군 소재의 농다리 사진을 세차장에 설치하였습니다. 또한 향수를 달래 줄 수 있고 신바람이 절로 나는 음악을 편집하여 이를 시스템화 하였습니다.
세차를 하던 어느 추운 겨울날이었습니다. 자동차를 닦는데 어느 분께서 차안에서 우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오늘 세차를 할 때 어두운 등잔불 옆에서 바느질하시는 어머님의 사진과 귓전에 들려오는 양주동 작시의 어머님 마음 노래 소리에 지난 시절 어머님과 함께 했던 그 어떤 아련한 추억이 그리움으로 나타난 듯 보였습니다.
“사장님! 왜 이렇게 사람을 울리세요” 라고 나에게 흐뭇한 표정으로 말씀하시던 손님은 이순이 넘어 보이는 중후한 인품의 노신사 분이었습니다. 감성이 엷어질 연세인 어르신의 두 눈에 맺힌 눈물을 보며 나는 가슴 한켠이 뿌듯해져 왔습니다. 차 한찬 드시고 가시라는 제말에 다음에 또 오신다 하시며 떠나가시는 손님을 배웅할 때, 주인인 나도 하늘나라에 계시는 어머님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으로 눈가엔 이슬이 맺히고 말았습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이 있습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말이지요. 세차는 비록 자동차를 닦는 아주 작고 단순한 일입니다. 하지만 자동차를 닦을 때 유년시절 고향에서 뛰놀던 모습이 담긴 그림을 보면서 일상의 스트레스를 녹인 다음, 나이아가라 폭포의 떨어지는 폭포수에 녹여진 그것을 던져 버린다고 생각하면 일상의 피로를 많이 비워낼 수 있지 않을까요?
그 비워진 자리에 어머님의 무한한 사랑과 함께 동해에서 힘차게 떠오르는 태양의 에너지를 한껏 채워 본다면 희망과 신바람은 절로 생겨나지 않을까요?
세차를 하며 얻어진 희망과 신바람으로 천년이 넘어도 변하지 않는 충북 진천군 소재의 농다리와 같은 훌륭한 작품을, 각자가 위치한 자리에서 하나씩 만들어 간다면 우리 삶의 행복지수는 부처님의 자비심만큼이나 무한해질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세차방법을 ‘마음까지 닦아드리는 세차법’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내심 흐뭇해 합니다.
오늘도 세차장 해회처에서 세차를 하신 후 즐거운 표정으로 돌아가시는 손님들의 환한 얼굴을 바라보며 저는 삶의 보람을 느낍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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