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현대불교 신행수기공모
우수상 (현대불교신문사장상)
배장환 (서울대 3학년)
제가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도 저는 아버지의 자식입니다. 아버지께서 하시던 생각, 아버지의 꿈이 곧 나의 생각, 꿈과도 같습니다. 제 자신 안에 항상 아버지의 모습이 있었는데 저는 미처 그것을 깨닫지 못한 채 살아왔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3시간의 정근 시간이 끝나가도록 눈에서 눈물이 그칠 줄 모릅니다. 저의 잘못된 생각을 향한 부끄러움과, 바로 제 안에 있던 아버지를 이제야 찾았다는 깨달음이 저를 흐느낌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붙잡습니다.
여태껏 아버지는 능력도 없고, 술도 많이 드시고…. 안 좋게만 보았습니다. 그에 반해 저 자신은 혼자서 훌륭히 컸다고만 생각할 뿐 아버지가 저에게 해준 것은 별로 없다고 늘 생각해왔습니다. 눈 앞에 있는 탱화에 계신 한 분이 마치 아버지 같습니다. 저를 인자하게 내려다 보십니다. 부처님께서 온화한 얼굴로 대중을 보시듯! 이제야 제가 어리석었음을 깨닫습니다. 아상에 빠진다는 것을 경전에서 익히 보고 들어서 알았지만, 제 자신이 그 속에서 헤매고 있었다는 것이 후회스럽습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1주일간의 수련대회가 이젠 하루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조금 있으면 마지막 기도를 할 시간입니다. 아버지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지만 아직도 제 자신이 부족하다고만 느껴집니다. ‘그 길었던 정근 시간들에서 과연 내가 얻은 것이 무엇인지, 1주일간 정근을 제대로 했는지.’ 뒤숭숭한 마음으로 마지막 기도를 하러 들어갑니다.
너무 답답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열심히 기도하는데 저는 입도 벙긋하지 않습니다. 자꾸만 ‘나는 왜 이럴까. 왜 이렇게 문제가 많을까’라는 생각만 납니다. 막막합니다. 저의 문제가 무엇인지 하나 하나 떠올려봅니다. 말(표현)을 잘 안하는 것, 얼굴에 표정이 없는 것, 다른 사람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는 것, 나만 생각하는 것, 윗사람을 공경하지 않는 것, 부처님 또한 공경하지 않는 것, 모든 일에 소극적인 것 등등…. 마음이 더욱 캄캄해져 갑니다. 왜 저는 이렇게 생겼을까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부럽기만 합니다. 저는 왜 그런 환경에서 자라야했는지, 이 세상이 원망스럽기까지 합니다. 제 자신이 미워집니다.
문득 어제 스님께서 해주신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아버지를 존중하지 않으면 윗사람이 윗사람처럼 안보이고, 무시하게 됩니다. 또한 가정환경을 비관해서 자기 자신조차 부정하기까지 이릅니다. 자신을 부정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지 못할 뿐더러 자기 자신을, 자기 존재를 남에게 알릴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합니다. 그렇게 되면 어떠한 일에도 적극적일 수가 없게 됩니다.”
저의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짚어내 그것들이 왜 생겨났는지 너무나도 논리적으로 설명하십니다. 저는 입이 딱 다물어집니다. 제 자신을 저보다 더 잘 알고 계시는 것 같아서 무섭기까지 합니다. 스님께서는 부처님의 법을 이해하면 모두 다 당연한 이치로서 겪어보지 않더라도 헤아려볼 수 있다고 하십니다. 저도 빨리 부처님 법을 이해해서 제 문제점이 해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너무나도 부족한 제 모습에서 절망감만 느껴집니다.
저는 제 자신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단지 슬프고, 답답하고 원망스러운 감정에 빠지곤 했었지만 그 이유를 알지 못했습니다. 이제야 저는 제 자신을 부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허나 이 감정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익숙합니다. 고등학교를 거쳐 지금까지 정신없이 살아오다보니 이러한 제 자신을, 저의 감정을 잊고 살아 왔습니다.
어린 시절이 기억납니다. 어릴 때는 이불 속에서 지금과 같은 감정으로 자주 울곤 했습니다. 어린 시절의 제 자신이 불쌍합니다. 너무나도 가엾습니다. 저렇게 어린 아이가 왜 그리 서글피 우는지…. 뭐가 그리 원망스러운지…. 어린 시절의 저는 무슨 업보로 자기가 저렇게 살아야 하는지 원망합니다. 그런 제 자신이 싫습니다.
이젠 저도 훌쩍 자라버렸습니다. 하지만 저를 미워하는 그 감정은 어린 시절 그대로입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제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실을 참을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저의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 것보다, 다른 사람에게 눈물을 보이는 것보다, 제 자신을 부정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싫습니다.
기도가 끝나자 사람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법당을 나섭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눈물만 흘리고 있습니다. 지난 22년의 세월이 원망스럽고 후회가 됩니다. 제가 무슨 큰 잘못을 지었길래 그렇게 슬퍼했어야 하는지…. 힘들었어야 하는지…. 스님은 업보라고 하십니다. 저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세상은 너무나 불공평합니다.
마음을 진정하고 다시 생각해봅니다. 여태껏 무엇 때문인지도 모르며 가슴만 쥐어뜯던 제 자신이 조금씩 이해가 됩니다. 어린 시절의 제 자신도 보듬어주고 싶습니다. 가족이 그립습니다. 이제는 가족들과 정말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이 생깁니다. 저도 부처님 법을 이해할 수 있다는 자신도 조금 생겨납니다. 하루 빨리 부처님 법을 이해해서 모든 이의 마음에 불국토가 있음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아버지! 저는 아버지가 자랑스럽고 존경스럽습니다. 아직 말로써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아버지가 좋습니다. 요즘은 좋은 것을 보면 아버지에게도 보여드리고 싶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아버지와 함께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집에서 홀로 떨어져 나와 살고 있지만 언젠가 아버지를 모시고 한 집에 살 생각에 제 마음은 흐뭇합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끝>
신행수기 일년내내 받습니다
삶을 살아가면서 가슴속에만 꼭꼭 담아두었던 감동깊은 신행체험들을 진솔하게 적어 보내주십시오. 연중 접수한 신행수기 가운데 우수작은 신문에 연재하며, 연말에 최종 심사를 거쳐 시상합니다.
● 주제: 신행 및 수행 체험, 불심으로 고난을 이겨낸 이야기
● 분량: 200자 원고지 30매 안팎(A4용지 4장)
● 접수처: (110-170) 서울시 종로구 견지동 110-33 현대불교신문사 편집국 신행수기 담당자
● 문의 전화: (02)722-4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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